입직 _ 1
개강하기 한 두어달 전 쯤인가, 처음으로 얘기를 꺼냈던 것 같다.
"나 경찰할까"
술잔 앞에 앉아 안주를 씹어대던 친구는 그 말을 듣더니 멀뚱이 나를 쳐다봤다.
"너가 무슨 경찰이냐"
나는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르고 있었다. 불안했다. 하고싶은 일들은 많았지만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몰랐고, 후회할까봐 두려워했으며, 내가 해야할 선택들이 무서웠다. 하지만, 전념하고 싶었다. 집중하고 싶었다. 여러가지 일들을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경험들을 쌓아왔지만, 이제는 싹 정리할만한 선택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경찰이되기로 했다.
누군가 너는 왜 세상에 많은 선택지들 중에서 경찰을 택했는가 물으면, 나는 이유를 댈 수 없었다. 사실상 충동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를 명확히 말할 수 없는 충동. 가족들도 친구들도 그리고 스스로도 당황했던 결정이었지만, 그렇게 난 경찰이 되기로 했다.
충동적으로 시작한 만큼, 역시나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경찰시험을 보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했다. 후다닥 면허부터 따야했는데 심지어 기능시험에서 한번 떨어졌다. 당장 커리큘럼을 맞추려면 면허를 일찍 따놓고 시간을 벌 수 있는만큼 벌었어야 했는데도 덕분에 한 주가 밀렸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운전강사님이 생긴 게 경찰같다고 해주셨는데, 사람보는 눈이 정확하신 분이었을까.
여차저차 공부를 시작했다. 과목들이 적성에 잘 맞았다고나 할까 아니면 합격이라는 목적의식이 있어서 그랬던걸까.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이 마치 운동경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 내가 이해해야, 암기해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느낌. 하지만 곧, 패배감과 스트레스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영어단어들에 숱하게 미끄러졌으며, 이해할 수 없는 법 용어들이 맴돌기만 하고 도무지 삼켜 지지 않았다. 답답했다. 화가 났다. 외웠던 것을 까먹고 또 까먹으면서도 독서실 책상에 앉아 삭힐 수 없는 화들을 견뎌내야만 했다. 포스트잇을 붙이고 떼고 다시 붙이고, 풀었던 문제를 풀고 다시 풀고 틀리고 또 틀리고, 읽었던 판례를 외우고 다시 외우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건,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운동경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지지만 다음 판에는 이기고 말겠다는 승부욕이 있었다.
그때쯤이었나 추가채용 발표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