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읽고 쓴다

인생은 타이밍

by 누가

WHEN

이른 기상이 '근면'과 '성실'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종달새형 인간이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쓰고 싶어 잠이 주는 쾌락을 무시하고 하루를 좀 더 일찍 연 사람들이며, 자기 삶을 책임질 줄 아는 통제력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세상에 이로운 일이란 일은 모두 이 유형의 사람들이 해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살았다. 글쎄, 다니엘 핑크에게 그렇지 않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 올까? "새벽 기상이요? 유전입니다. 아니면 겨울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크네요. 그 사람들이 종달새형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당신은 당신의 크로노 타입에 맞춰 의미 있는 일을 하세요." 나는 무릎을 탁 친다. 종달새를 흉내 내려 했던 지난 몇 개월은 내 업무 몰입도를 앗아갔을 뿐이었다. 왜냐면 나는 패턴의 64프로를 차지하는 '제3의 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무엇을 할 것인지만 고민하고, 그것을 언제 하는 것이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한 채 지내 왔다. 저자 다니엘 핑크는 사람들이 ‘무엇’의 중요성만큼이나 ‘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좀 더 슬기롭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생체 리듬과 업무 효율성의 관계를 풀어낸다.


나의 크로노 타입은?

사람들의 크로노 타입(종달새냐, 올빼미냐, 혹은 제3의 새냐)은 저마다 다르지만, 인간의 기분은 24시간 동안 대체로 '최고점-최저점-반등'의 U자 곡선의 형태로 바뀐다. 그리고 종달새이든 올빼미이든 일어난 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약 일곱 시간 뒤에는 반드시 최저점을 찍게 마련이다. 기분은 우리가 하는 일의 성취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신의 크로노 타입을 파악하고 시간대에 따라 이 컨디션을 이용하거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점에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일을 하는 것이 좋고, 반등하여 올라갈 때는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좋다. 최저점은 몇 가지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방치하는 것보다 당연히 업무나 공부 효율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올빼미형은 종달새나 제3의 새와는 반대로 반등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종달새 형과는 반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좋다.

(일일이 추적하고 기록하는 것이 좋겠지만, 좀 더 빨리 알고 싶다면 자신의 크로노 타입은 여기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U자 곡선의 최저점에서

"쉬어야 한다"

모든 사고는 모두 U자 곡선의 최저점에서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다니엘 핑크는 최저점이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여주는 수단으로 기민성 브레이크와 회복성 브레이크를 언급한다. 기민성 브레이크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일종의 체크리스트를 마련하며 주의력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짧은 휴지기이다. 회복성 브레이크는 말 그대로 집중력 회복을 위해 잠시 쉬는 것이다. 화장실 가는 횟수도 줄여가며 일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휴식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게 하는 역할을 하며 오히려 업무의 효율과 결과를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영리한 휴식은 무엇일까?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가능한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 모든 알림 기능을 그고, 빛이나 소리를 차단한다. 낮잠은 약 15분 정도가 좋고, 잠들기까지는 7분 정도 소요된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25분 뒤에 알람을 맞춘 뒤 낮잠을 잔다. 카페인이 혈관에 고루 퍼지는 데 약 25분이 걸리므로 낮잠이 끝날 때쯤 2차 증폭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낮잠을 습관적이고 규칙적으로 잔다. 낮잠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나의 공부 또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니 이제는 당당하게 자자.

- 원기 회복을 위해 20분마다 20미터 떨어진 곳을 20초씩 본다. 회사에 작은 물컵을 가져다 놓고 물이 마시고 싶을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떨어진 정수기까지 간다. 정수기 앞에서는 팔다리를 잠깐 흔들 수도 있다.

- 매 시간 자리에서 일어나 5분 정도씩 걷는다. 자연 속에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여의치 않으면 실내 장식 식물이나 창밖의 나무를 본다.

- 이도 저도 안 되겠으면 동료와 5~10분 정도 커피 타임을 갖는다.


"슬럼프는 어쩌면 기회의 또 다른 이름"

원래 중간은 힘들다. 하루의 중간이 그렇고, 어떤 일을 하는 도중이 그렇고, 대리가 그렇고, 중년이 그렇다. 이때쯤 '아 몰라! 대충 하지 뭐.'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 뭐가 되었든 어떤 큰 흐름의 중간에서 슬럼프를 느낀다면 이 슬럼프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제 치고 올라갈 일이 남았다는 생각을 해 보자. 내가 최저점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 중간 지점을 인식했다면 다음의 몇 가지 방법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일이 절반쯤 진행됐을 때 '어이쿠 효과'를 노려라. 시간의 절반을 허비했다는 생각은 적절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의욕을 되살리고 전략을 수정하게 한다.

- 중간 지점에 이르렀을 때 뒤처졌다고 생각해라. 하지만 딱 1점만 뒤처진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스파크가 번쩍 일 것이다.

- 프로젝트를 통째로 다루지 말고 작은 단계로 쪼갠다. 마라톤으로 치면 달려야 하는 42.195km 전체가 아니라 내가 지금 달리고 있는 이 곳에서 다음 몇 킬로미터까지를 목표로 하고 집중하는 방식이다.

-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끝내겠다는 사실을 타인과 공유한다.

- 끝나는 곳이 아니라 중간에 멈춰라. 한 꼭지나 한 문단이 끝나는 곳이 아니라 중간에 멈추는 방식은 그것을 끝내야 한다는 의욕을 높여 준다.

- 내가 끝내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달력에 X 표를 그어 가며 사슬을 만들어 가라. 그 사슬을 끊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어떻게 하면 내가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꿔 자문한다.


새 출발 효과 노리기

어떤 날은 유독 의미가 있다. 시간의 경계는 새 출발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새 학기, 새해, 새 달, 새 주, 생일 이후가 그런 의미를 갖는 날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리셋을 할 수 있는 지점을 정하면 지난날의 잘못에 얽매여 '다 망쳤어. 이젠 끝이군.' 같은 생각을 하지 않고 다시 한번 시작을 할 수 있다. 2019년 2월을 엉망으로 보냈다고 2019년 전체가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니다. 지난주를 잘못 보냈다고 3월 전체가 엉망인 것도 아니다. 타임 마커는 반드시 1일이나 월요일일 필요가 없다. 촘촘하게 타임 마커를 설정해 놓고 언제나 리셋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다. 나는 매주 월요일을 퍼펙트 데이로 설정했고, 지난주에 혹시라도 못한 것이 있다면 월요일을 완벽하게 보냄으로써 나 자신을 바로 잡으려 한다. 이마저도 나를 느슨하게 만든다면 작심삼일에 맞춰 3.3.3.으로 쪼갤 생각도 있다.


마침표가 주는 영향

시작하고, 중간을 치고 올라왔다면 끝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너무 결말에만 집착하여 전체를 무시하면 기억을 왜곡하고 인식을 흐릴 수 있지만, 결말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걸러내고, 긍정적 힘이 되어 목표에 이를 수 있도록 힘을 배가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여기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사람들은 언제나 좋은 끝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좋은 끝을 어떤 식으로 업무나 생활 곳곳에 적용할 수 있을까?


"데드라인의 부스팅 효과를 노린다."

끝이 가까워지면 그것이 고양시켜 일을 끝내게 하며 큰 그림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지치기할 수 있게 해 준다. 따라서 어떤 일을 진행할 때는 마감시한을 정해 놓음으로써 '끝'을 실감하며 더욱 분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좋은 것을 끝에 둔다."

과정이야 어지 되었든 사람들은 끝을 기억하기 마련이다. 50년 동안 선량했던 사람이 말년에 악한으로 바뀐 것과 50년 동안 악한이었던 사람이 말년에 선량한 사람으로 바뀐 것 중 사람들은 후자를 더 좋게 인식한다. 마찬가지로 소식을 전할 때에도 나쁜 소식부터 전하고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임을 인지하면 평가의 결과가 좋아진다."

초콜릿 시식 실험에서 10개 중 마지막인 것을 알고 먹게 했을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마지막 초콜릿에 더 후한 점수를 주었다. 사람은 언제나 끝을 좋게 내고 싶어 한다.


"소설과 영화라면 주인공의 바람이 이루어지게 한다."

소설과 영화도 마지막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얘기하는 주인공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결말은 앞도 뒤도 없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주인공들은 자신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이 원했던 것을 내주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예기치 못한 깨달음, 아쉬움을 수반한 행복으로 끝을 맺을 때 소설과 영화는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가져다준다.


그룹 타이밍에 싱크로 하기

다니엘 핑크는 협력의 중요성을 함께 얘기한다. 각자 생체리듬을 알았으면 자기 자신의 생체 리듬만 중요하다고 할 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룹 타이밍에 맞춰 살아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뭄바이의 도시락 배달꾼 다바왈라들은 바코드나 어떠한 과학적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님에도 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해 낸다. 뉴욕보다 크지만 기반 시설은 훨씬 좋지 않은 도시 뭄바이에서 어떻게 그들이 늦지 않고 도시락 배달 임무를 완수해낼 수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그룹 타이밍의 원칙을 따랐음을 알 수 있다.


" 보스에게 싱크로 하라."

보스는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그들과 떨어져 속도를 정하고 기준을 유지하며 집단정신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조정 경기에서는 사람이겠지만, 다바왈라들에게는 열차 시간표가 보스이다. 다바왈라들은 한치의 의심 없이 외부 요인인 열차 시간표에 자신을 맞춘다.


"소속 팀에 싱크로 하라."

외부 요인이 일의 속도를 결정하고 나면 팀원들끼리의 타이밍도 맞춰야 한다. 이것에 작용하는 것은 소속감인데, 소속감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면 집단의 협동을 유도하는 요소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암호와 복장, 그리고 신체 접촉이다. 다바왈라들은 도시락통 위에 자신들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설정해 적었고, 어두운 옷을 입고 간디 모자를 썼다.


"마음에 싱크로 하라."

다바왈라들이 가족 A가 가족 B에게 전해주고 싶은 온기를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누군가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일을 함으로써 다바왈라들은 자신이 신성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읽은 것은 한글판이다.

:: 책을 덮으며

나의 생체 리듬을 파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개인적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나의 일상에서 시작하여, 인생, 사회 전체의 흐름을 생각하고 그 큰 그림 속에 놓인 자신과 조직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WHEN 언제 할 것인가

다니엘 핑크 지음 │ 알키

독서 시간: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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