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읽고 쓴다

초보 독서가를 위한 안내서

by 누가

처음에는 내게 맞는 독서법이 무엇일까, 독서법의 정답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책장을 열기 전부터 덮기까지의 독서라는 여정을 다룬 책이다. 해서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에는 내게 맞는 최적의 독서법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독서 행위의 숭고함과 탐구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된다. 물론 훌륭한 독서법에 대한 안내도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남독에 관한 부분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책을 여러 권 펼쳐 놓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역사가 그랬다. 한 책에 나온 내용 가지고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 저 책에서 해당 부분을 다룬 내용을 더 읽어 보곤 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그저 요점만을 숙지할 것을 원하는 것 같았고 나의 공부 방식은 시간 내에 공부를 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결국 고등학생이 되어 수능 공부를 하게 된 이후에는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남독을 보면, 우리 교육이 스스로 탐구할 시간을 좀 더 확보하는 교육이었다면 나는 어쩌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원동력이 될 법한 독서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책의 첫 장에서 말하듯, 때는 늦지 않았다. 아래에서 저자가 나눈 장대로 요점을 추려 보고자 한다.


독아(讀我)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는 통념이 있다. 정말 그럴까? 1990년대에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진행되었다. 런던의 택시 기사 중 나이 든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의 뇌를 비교해 본 것이다. 공간 감각과 관련된 해마의 크기가 큰 쪽은 놀랍게도 나이 든 택시기사들 쪽이었다. 이는 우리의 뇌가 가소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준다. 뇌의 성장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필요한 것은 반복된 경험과 훈련일 뿐이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 안 돼.’ 같은 고정형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말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되었다. 독서가 힘든 것은 머리가 굳었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오랫동안 책 읽기를 너무 소홀히 해 왔기 때문이다. 독아는 나를 안다는 뜻이다. 우리가 독서를 통해 우리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했다면 이것이 바로 독아이다.


다독(多讀)

읽은 책이 그 사람을 만든다. 그러니 물론 양서를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초보 독서가라면 질을 따질 것도 없이 일단은 양적인 한계를 극복해 독서 습관을 들이고 좋은 책을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부터가 중요하다. 저자는 초보 독서가들에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 중 너무 두껍지 않은(300쪽 정도 되는) 책부터 읽기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애착이 가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을 선택해도 좋고, 없다면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지금 하는 일과 관련된 분야를 선택해도 좋다고 한다. 만약 책 읽기가 힘들다면 독서에 특화된 자신만의 환경 설정을 해 보자. 고영성 작가의 경우에는 퇴근 후 카페에서 책을 읽어 일 년에 300권이나 되는 책을 읽었다고 전한다.


남독(濫讀)

남독은 특정 주제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독서법이다. 다음은 남독을 했을 때 얻는 세 가지 이점이다.

- 비판적 사고

명저라고 해서 오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들은 이전의 믿음들에 도전하며 자신의 말을 하곤 하는데, 고영성 작가는 말콤 글레드웰의 『티핑 포인트』에서 다룬 제노비스 사건의 해석이 스티븐 레빗의 『슈퍼 괴짜 경제학』에서 비판받는 것을 보고, 어느 누구라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은 ‘남독’이다.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접하다 보면 비판적 사고가 길러질 뿐 아니라 비판하는 방법까지 깨닫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소소한 오류 몇 가지로 그 책 전체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주지 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 창의성

창의성은 낯선 것과의 만남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계독은 그 분야의 준전문가를 만들어 주지만, 남독은 생각과 생각이 연결되어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는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전공이나 조예가 깊은 학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다양한 관심사를 공부하며 특정 주제 하에 그것들에 적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발견해낸 것이다. 이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역시 저자가 독서법에 대한 책만을 읽고 쓴 것이 아니다. 인지 심리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이 책의 집필에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어 연결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 겸손함

나의 관심사를 벗어난 책을 읽으면, 내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며 세계가 확장된다. 이러한 무지의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겸손이라는 자세를 갖게 된다. 이 역시 남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만독(慢讀)

만독이라는 카테고리가 ‘아이들의 독서’라는 내용으로 열려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만독은 느리게 읽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탐구하며 읽는 독서법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심어주는 방법부터 말하기 위함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건너 띄어 성인의 만독법으로 넘어가 보자.

만독이라 함은 책 한 권을 반복해서 읽고, 스스로 탐구해 가는 독학의 영역이다. 책에 나온 만독의 방법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EBS 다큐멘터리 『소셜 애니멀』에 나온 방법이다. 일단 한 권의 책을 읽은 뒤 더 알고 싶은 내용을 위해 추가로 다른 책을 더 찾아 읽으며 탐색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찾아낸 책 역시 반복해서 읽다 보면 지식이 쌓이고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뒤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글을 쓰며 읽은 내용과 연결을 시켜 보는 식이다.

두 번째는 오에 겐자부로가 만독을 했던 방법이다. 3년마다 읽고 싶은 대상을 새로 골라 그 작가의 작품을 집중해서 읽는 방식이다. 가능하면 원서와 번역서를 꼼꼼히 비교하며 읽어 보고, 그 책과 관련된 다른 책들을 읽으며 지식의 연결 고리를 늘려간다.

세 번째는 고영성 작가가 친절히 정리해 놓은 6단계 만독법이다. 만독할 책을 선정하는 것부터가 고역일 수 있는데, 오랫동안 살아남아 꾸준히 사랑받는 책, 고전이라면 문학,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라면 오랜 역사 흐름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은 책을 고르라고 권하고 있다. 이후 앞선 예와 같이 고른 책을 3회 이상 반복해서 읽고 번역서라면 원서를 같이 읽는다. 이후에는 그 책의 저자가 쓴 책을 모두 읽어 보거나, 저자가 참고한 도서를 모두 읽어 본다. 그리고 주제는 같지만 저자와는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책도 찾아서 읽어 본다. 그다음 단계에 할 일이 챕터별 요약이다. 이에 더해 자신의 생각을 함께 적어 본 후 그 책에서 한 가지 주제를 뽑아 긴 글을 쓰는데, 이때는 자신이 보았던 자료를 최대한 참고한다. 나중에 블로그 등을 통해 글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다.


관독(觀讀)

관독은 고영성 작가가 만들어 낸 단어로, 독서법으로서의 관독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관점을 취하는 독서로 저자의 관점을 살피며 타당할 경우에는 내가 가진 관점과 반대이더라도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특정 관점을 가지고 책을 읽는 방법이다.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볼 경우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더 잘 보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관독을 할 때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닌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독(再讀)

재독의 중요성은 이 책이 아니어도 여러 번 강조된 바 있다. 재독은 추억을 더듬어 행복을 주기도 하며, 이전에 이해하지 못한 것을 새로이 이해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는 자신이 그 책을 처음 읽었던 때와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줄 치고 접었던 책 역시 처음에 읽었던 그 책과는 또 다른 책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간극을 통해 우리는 자아의 성장을 깨닫기도 한다. 어릴 때 그저 ‘논술을 위한 필독서’여서 억지로 읽었던 책일지라도 성인이 된 뒤에 다시 펼쳐보면 또 다른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다.


필독(筆讀)

필독은 쓰면서 읽는 법이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방법이다. 필독은 발췌독을 효율적으로 하게 하며, 내 이야기와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 밑줄을 긋는 행위를 통해 의미를 부여해 지금 읽는 책을 나만의 책이 되게 하기도 한다. 나는 책이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어서 접착 띠지와 트레이싱지로 되어 있는 접착 메모지에 메모를 하곤 한다, 이후 재독했을 때 ‘내가 여기 줄을 왜 쳤지?’ 하는 곳이 반드시 나오기 때문이다.

필독 편에서는 글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한 얘기를 함께 다루고 있는데, 일단은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고민하지 말고 무슨 주제로 써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하며 이어서 자료를 모은다. 문장은 간결하여 읽는 사람에게 의미가 곧바로 와 닿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신과 관련된 일화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을 읽는 상대를 인지하고, 써질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끈기를 가지고 써질 때까지 쓴다. 그리고 초고는 마음 편히 쓰고 퇴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낭독(朗讀)

낭독은 퇴고에 도움이 되고, 눈으로만 읽었을 때 이해되지 않는 글을 이해하게 하는 마법을 부리게도 한다. 독서 모임을 가지고 책의 구절들을 서로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새 연결 고리의 탄생을 통한 혁신도 가능하게 한다. 독서 모임은 소속감을 주기 때문에 학습능력이 꾸준히 상승하며, 기한 내에 독서를 해야 하는 가벼운 스트레스가 독서 습관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난독(難讀)

온라인 글 읽기는 우리의 독서 능력을 하락시킨다. 주의력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독서가 어렵게 느껴질 때, 나만의 독서 환경 설정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기록하는 방법, 지금 읽던 책을 내려놓고 다른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이해가 되든 되지 않든 끝까지 읽어내는 것 역시 울렁증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책 읽기가 너무 힘들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끝까지 읽으려 함으로써 뇌가 이 불일치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다.


엄독(奄讀)

엄독은 ‘덮는 행위’를 말한다. 마지막 장을 닫은 후,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의문을 던지거나 걸으며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만, 자는 행위 역시 대단히 큰 도움이 된다. 자는 행위를 통해 기억들이 결합되며 다음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지 자원을 회복시킨다, 그러므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쉬어주는 행위 역시 중요하다.



:: 책을 덮으며

내 뜻으로 만독을 하려면 족히 십 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읽어야 할 훌륭한 책이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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