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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씀 Oct 18. 2018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묵혀두었던 기형적 전쟁의 서막과 택시산업의 마지막 칼부림.

때는 내가 실리콘 밸리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여느 때처럼 아침 샤워를 마친 후,

나는 기분 좋게 커피를 내리고는 노래를 틀고

무슨 옷을 입을지 생각하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커피 한잔과 피넛버터 젤리 샌드위치를 해치우고

옷깃을 여미며 문을 나서려는데,

희한하게도 항상 차키가 걸려있던 위치에

그 날 아침에는 내 차키가 걸려있지 않았다.

아뿔싸.

차 키를 다른 사람의 차에 두고 온 것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항상 먼저 출근을 하던 나였기에,

좁은 주차장을 활용하기 위해 합의를 했던

내 차의 주차위치는,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윗집 애기엄마의 차로를 버젓이 막고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타들어갔다.

슈퍼바이저에게 자초지종을 전한 후,

윗집 애기엄마에게 고개를 수차례 숙이고 나서야

나는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급한 불은 껐으나 이 터무니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결국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Uber를 다운 받았다.

급하게 카드번호와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몇 번의 버튼으로 차량을 호출했다.

머리를 빡빡 민채 멋진 콧수염을 자랑하는

아저씨가 미리 나와있던 나를 알아보고는

활기차게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그의 Toyota Prius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차가 갑자기 경로를 이탈해서는

다른 사람을 태우는 것이었다.

Uber의 차량 셰어 서비스는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경험을 하니 너무도 새로워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사실 Uber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목소리 성량 좋은 기사는 내게 호통이라도 치듯

"우버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용해본다고?"라고

소리 지르며 호탕하게 웃어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마지막으로

미국에 있었을 당시에는

Uber가 상용화되지 않았었으며,

현재 한국은 택시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제재로 카풀서비스가

금지되어있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자초지종을 듣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거 정말 아쉽게 됐네.

너가 한국에 가있는 사이 Uber는

이미 미국을 바꿔놨거든.

Uber는 정말 혁명이야.

엄청나게 똑똑한 놈들이 만든 회사라고.

누가 이런 걸 상상이나 했겠냐 말이야."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부분이었지만,

막상 실제로 모든 걸 겪어보니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

넋을 놓고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사이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멋진 콧수염 아저씨의 Prius는 나를

회사 앞에 안전하게 내려다 주었다.

내 스마트 폰에는 아저씨의 개인정보와 함께

'~의 서비스에 대해 별을 몇 점 주겠느냐'라는

화면이 켜졌고, 나는 회사로 걸어가며

별 5개를 눌렀다.

놀라운 점은 콧수염 아저씨가

그때까지 총 6000번이 넘게

사람들과 카풀을 해왔고,

그의 평균 별점은 4.92라는 점이었으며,

더욱 놀라운 점은

내가 실리콘밸리의 Rush Hour에,

약 10마일의 거리를,

단 $4로 출근했다는 것이었다.


'터치 한 번으로 목적지까지'라는

Uber의 마법은 과장이 아니었다.

택시 회사에서 일하는 전업 운전사가 아닌

나와 같은 complete stranger의 차를,

내가 원하는 budget으로 선택해서

비교적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목적지까지

쉽고 안전하게 라이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실로 Uber는 굉장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Las Vegas에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당연히' Uber를 타면서 캐주얼하게

기사와 얘기를 나누던 중,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Las Vegas에만 수만 명의

Uber Driver들이 있으며,

맘만 먹으면 일주일에

수천 불이 넘게 벌 수도 있다고.

정확한 정보는 아니겠지만,

Las Vegas라는 도시의 특성과 환경을 실제로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주말에 다운타운으로 놀러 나가면

저녁 늦게 맥주나 칵테일을 마시면서  

좋은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땅 덩어리가 넓어 차가 없으면 생활이 안되고

음주운전의 형량이 어마 무시한 미국에서,

파티를 즐기는 미국인들이 모두

입을 모아 하는 말들이 있다.

"Oh, I'm just gonna get an Uber tonight".

"No worries. Imma Uber home later".

 

놀랍지 않은가.

한 기업의 이름이,

세계 최강의 나라에서,

사람들의 삶에 깊고 깊게 스며들어

이제는 '명사'가 아닌

'동사'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런데 내일.

그러니까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각으로

내일인 2018년 10월 18일 목요일,

대한민국에 전국의

개인택시와 법인 택시가 파업을 선언한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시작되면

택시 산업이 몰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바로 그들의 주장이다.

여기서 우스운 사실은,

나도. 당신도. 심지어 그들도.

아니 우리 모두가.

이미 승자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혁신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대이다.

자율주행이 완전히 자리 잡았을 때쯤,

어떤 콘텐츠와 플랫폼을 사용해서

차 안에 있는 운전자를 사로잡을지

벌써부터 세계적인 기업들은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강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기업들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켜줄 수 있는,

이제는 오래된 기술의 도입을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앞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반드시 필요해질 사용자들의 동향 데이터조차

얻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과도 같은 기술 거인들이

날개를 달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함께 돕는 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승차거부와

범죄, 협박과도 같은(극한 예시이나)

'서비스'라는 단 하나의 상품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도태된

'택시회사'를 지키겠다는

명목 하나로 나라의 미래를 휘어잡은 채,

강물을 역행하는

연어 한 마리의 모습을 취하려 하고 있다.

21세기의 기술혁신은 작은 강줄기가 아니다.

댐을 부수고 쏟아져 나올 거대한 홍수다.


지금 그들이 그토록 애써 역행하는 이유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개인을 위함인가.

국민을 위함인가.

국가를 위함인가.

아니면 Uber Driver가 될 수 있는

저 수많은 택시기사들을 위함인가.


나는 요새 참 많은 의심이 들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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