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방향을 스스로 제시하는 거대한 강줄기.
내가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닐 때, 원화-달러
환율이 약 900원 초반대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
난 달러-환율 차트를 검색해 보다가 달러의 가치가 900원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을 보고
어머니께 지금 당장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달러를 20억 원어치만 사두시라고 했다.
900원까지 떨어지는 일은 매우 드물며,
최소한 1100원에서 1200원까지는
다시 오를 것이 분명하니 향후 달러당
200원어치의 이득만 보아도,
투자에서 거의 20%에 육박하는
이득을 보게 될 거라고.
어머니께서는 도대체 20억 원이 어디 있으며
그딴 미친 소리를 할 거면 들어가서
공부나 하라고 콧방귀를 끼셨다.
'지금 내 손에 당장 돈이 있었다면
맨발로 뛰어가서 사놓을 텐데...'라고 중얼거리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나는 방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분부대로 펜을 잡았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이었다.
몇 달 후, 900원 초반대였던 원화-달러는
1500원을 뛰어넘었고,
어머니께서는 눈물을 머금고
나의 120불짜리 공학용 계산기를 원화 가치로
약 18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셔야만 했다.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어머니.'라는 말이
앞니 사이까지 새어 나왔으나,
아들의 도리를 다하고 어머니의 화를
돋구지 않기 위해 나는 함구하는 것을 택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였다.
어렸을 적 과학자의 꿈이 남아있었기 때문인지,
경영학도 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심심하면 Techonolgy관련 아티클들을
많이 찾아봤었다.
당시에 경영학 수업시간 때 '유니콘'이라 불리는
비상장 기업들에 대해서 배웠었는데,
유니콘 기업들 중 전 세계시장의 1위는
아마도 샤오미가 차지했던 걸로 기억한다.
보조 배터리와 애플 제품들을 카피해 헐값에
파는 웃기는 기업이라 생각했는데,
우연히 궁금해서 찾아보았던 샤오미 관련 기사에는
그들이 최근 들어 홈 오토메이션에
방대한 금액을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 내가 신봉하던 애플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RIP Steve Jobs)
기존의 제품들을 만드는 것에 급급했지,
터무니없이 멍청하고 딱딱했던 Siri를
발전시키려 한다거나
홈 오토메이션까지 깊숙히 파고들려 하지 않았다.
집안의 모든 것을 샤오미 폰의 액정에 손만 대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세상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구글이나 애플이 먼저 이를 수행할 것이라
생각했지, 샤오미는 내 그림에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보조 배터리로 자금을 획득하고,
전 세계 최고 기업의 제품들을 꽤나 그럴듯한
퀄리티로 카피해서 기술 기반을 탄탄히 하더니
이제는 더 큰 야망의 돛을 펼치고
홈 오토메이션으로 빠르게 뛰어드는
샤오미의 포부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중국식 '짭'생산 기업의 이미지는
단번에 사그라들었고 이 기업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남았다.
원래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으나
당시 샤오미처럼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야망을 품고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넓히는 기업이 있었다.
a to z의 모든 것을 파는 기업, 바로 아마존이었다.
처음 닷컴 버블 때 태어나
온라인 상에서 책을 팔던 회사가
어느덧 당신이 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글로벌 플랫폼이 되었고,
물건 판매뿐만 아니라 AWS(아마존 웹 서비스) 같은 서비스를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저렴한 연 회비로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초고속 배송 서비스를 너무도 손쉽게 소화해냈다.
거침없는 M&A와 투자를 통해 한 때는
큰 손실과 함께 회사가 위태로웠던 적도 있었으나,
투자 품목들이 온라인에서 성공하게 된다면
아마존의 '미래시장을 위한 전략적 포지셔닝'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신념을 안고
결국 당당히 위기들을 극복하며
현재는 전 세계 6만명 가까운 직원들을 거느린
슈퍼 거대 기업이 되었다.
나는 당시 아마존에 대한 기사들을 조금 읽자마자
기업의 야망에 매료됨과 동시에 애플의 팬으로서
이 회사는 아마 애플을 곧 제쳐버릴 것 같다는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그때도 아마존의 주식을
당장 뛰어가 사고 싶었는데,
때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 기준 아마존의 주가는 300-400불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학생에겐 너무 높은 가격이었고,
나는 입맛만 다시고는
학교 전산실 컴퓨터를 끄고 나왔다.
학교 복도 바닥을 보고 걸으며 "진짜 이건 비싸도
지금 사야 되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데자뷰처럼 머리 속에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지난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를
나는 애써 무시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때 학식까지 걸러가며,
돈을 아껴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와
주말 데이트 때 그녀가 먹고 싶다던
파스타를 사줘야 했기 때문이다.
3-400불가량 하던 아마존의 주가는
1년 정도 이후 약 두배로 상승했다.
아마존의 주가가 두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파스타를 사줬던 내 첫사랑 여자 친구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다른 남자와 함께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
신바람 난 그녀의 뒤집힌 고무신마냥,
내가 복학을 하고 아마존의 주가는
미친듯이 상승하더니
2018년 현재 기준 1500불대 뛰어넘었다.
나는 현재 아마존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인공지능 'Alexa'의 탄생뿐만 아니라,
아마존이 드론으로 고객의 물품을 30분 안에 배달을 하겠다는 'Prime Air' 서비스나,
배송 후에 물품이 도난당하거나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객이 집에 없어도
고객의 집 문 '앞'이 아니라 집 문 '안'으로
물건을 배달해주는
'아마존 Key'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을 보며
CEO Jeff Bezos의 기발하고도 미친 발상들에
찬사를 보냈다.
(주식을 사서 응원하기엔 이제 너무 멀어진 그대)
이 사람에 대해 조금 찾아보면
정말 스티브 잡스가 떠오르 듯이
번뜩이는 통찰력, 과감함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냉혈한임을 알 수 있는데,
'지존'의 위치에 있던 월마트의 완벽한 사냥을 위해
2017년에 'Whole Foods'를 인수한다던가,
FedEx와 UPS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려고 아마존 만의 물류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Jeff Bezos는 참으로 지독하게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Amazon사업 초반에는 직원들에게
온라인으로 책을 판매함에 있어서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란 말이야' 라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있을정도)
Amazon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종교'가 되었다.
Nike가 Amazon에 물건을 유통하기로 발표한다.
Nike의 주가가 상승하고, Nike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신발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한다.
아마존의 주가가 상승한다.
아마존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리테일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한다.
사람들은 아마존이 이득을 보면,
아마존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손해를 본다 생각하므로.
아마존이 Whole Foods를 인수했을 때,
미국에서 가장 큰 pure-play grocer인
Kroger는 주가가 1/3이 폭락했다.
인수될 당시의 Whole Foods는 Kroger의
전체 10% 크기 정도에 불과했다.
'아마존 이펙트'라는 단어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아마존을 종교처럼 떠받드는 수많은 미국인들 중 하나가 내 슈퍼바이저로 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라는 그의 job title에 걸맞게,
그는 저번 주말에 집안의 커튼들을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Alexa로 치고 걷을 수 있도록 Setting 해놨다며
내게 자랑을 해댔다.
들떠서 끊임없이 내게 아마존을 찬양하는
그를 보며,
왠지 모르게 나도 그들만의
'아마존 종교'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아마존은 20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인터넷으로 책을 판매하던 작은 회사에서
전 세계 온라인 유통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한 해 총 178조 원의 순 매출액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끊임없이 전 세계를 장악하려는
야심을 펼치고 있다.
아마존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그들이 향하는 곳이,
이제 곧 세계 시장의 나침반이 되었다.
과연 그들은,
다음에 어디로 향할까.
아마...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