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마음 방향
1월 1일.
코앞까지 온 데뷔가 좌절되고 꽁꽁 숨어버렸던 한 연습생에게서 몇 년 만에 연락이 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짧은 메시지였는데 휴대폰 화면에 이름이 뜨자 멈칫했다. 이 이름이 진짜인지 몇 번을 들여다 봤다.
데뷔 무산 당시, 그 아이가 데뷔를 얼마나 고대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상처도 크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막연하게 무엇이든 도움이 되고 싶어 안부를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
처음 아이돌 서바이벌에 투입된 나에게 이미 경험이 있던 선배는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공평하게 아무에게도 칭찬해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니 트레이닝이라는 이름 아래 칭찬보다 비판, 꾸짖음, 지적이 더 흔하게 오갔다. 연습생들은 늘 불안해했고 관심과 칭찬을 갈구했다. 눈 한번 더 마주치기를 바랐다.
하루하루 마음이 불편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굳이 나까지? 고작 10대, 20대 초반 어린 친구들인데 굳이 나까지 날카로울 필요가 있나. 온 세상이 지적만 하는데 나 하나 정도는 칭찬만 해주는 사람이어도 되지 않나. '공평'이 문제라면 공평하게 모두에게 칭찬 하나씩 주면 되지 않나. 믿음과 칭찬의 힘을 알기에 비록 아이돌 세계에 맞지 않는 문법일지라도 나는 칭찬을 남발했다.
*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그 아이가 거쳤을 과정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직도 아무는 중인 깊은 상처를 다독이며 동굴 밖으로 나온 그 아이는 새해를 맞아 안부를 전할 사람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중 내 이름이 생각나 메신저 저 밑에 묵혀있던 나를 굳이 찾아냈을 것이다. 그리고는 메시지 창을 열어 글을 썼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 닿은 메시지 하나. 작가님 잘 지내시지요? 오랜만에 연락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진짜 이 방향이 맞는지 궁금해하던 나에게 "그쪽 맞아"라고 말해 준다.
연락해 줘서 고맙다는 짧은 답을 보냈다. 사실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상처받은 강아지 마냥 또 휙 사라질까 봐 묻지 못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 얼굴 보고 밥이나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