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육아하는 일

1인 2역 모노드라마

by 인절미

영화나 TV를 보면 몸에서 빠져나간 영혼이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 내가 나를 멀리서 바라보고 관찰하면서.

나를 여럿으로 분리시키는 것은 나이를 먹어 가며 터득한 ‘셀프케어’ 방법. 엄마가 아이를 육아하듯 내가 나를 돌본다. 내가 나를 관찰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오랜 시간 데이터를 모아 간다.

내가 알아낸 ‘셀프케어 관찰일지’를 써보자면,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몸을 양옆으로 흔든다. 그럴 땐 스스로 ‘아, 내가 지금 기분이 좋구나’ 눈치챈다. 그렇게 알게 된 방법을 기억해 둔다. 나중에 내가 조금 힘들 때 좋아하는 것을 들이밀 수 있도록.

지금 당장 해결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가만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인다. 그러면 속으로 “뭐가 문제야? 뭐가 그렇게 불안해?” 물어본다. 나는 나의 대답을 듣고는 “하여간 성질머리..” 혀를 내두르며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못해 움직인다. 또는 “그걸 걱정한다고 네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야? 아니지? 그러니까 신경 꺼!”하고 조언하거나.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예민해진다. 돌아가더라도 사람 없는 길을 택한다. 걷는 것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멀지만 새로운 길을 구경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아기가 울 때 쥐어주는 ‘애착 인형’이 있듯이 나에게도 기분을 풀어주는 고정된 방법들이 있다. 나는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 일단 음악을 듣는다.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를 보며 지금 당장 끌리는 음악을 튼다. 가벼운 우울은 여기서 풀린다.

음악으로 풀리지 않을 때, “그럼 이건 어때?”하며 책을 들이민다. 읽지 않고 쌓아뒀던 책 중에 읽고 싶은 걸 펼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억지로 하지 않는 것. 읽고 싶으면 계속 읽고 읽기 싫으면 바로 덮는다. 끌리는 책을 계속 읽다 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태어날 때부터 생이 끝날 때까지
미우나 고우나 동행해야 하는 사람.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할 날이 많다.
잘 보듬어서 사이좋게 걸어가기로 약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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