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살벌의 빈집
마당 한 구석을 메운 나무벽을 남편이 예쁘게 시공해 줬었다.
매년 스테인도 새로 칠하며 관리하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낡아서 결국 뒤틀리며 한 줄이 떨어져 나갔다.
나무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아이들이 곧 말벌집을 발견했다.
보통 도심 주택에 있는 말벌집은 말벌치곤 덩치가 작은 “쌍살벌”일 가능성이 크다.
집모양이 원뿔형이라면 거의 당첨이다.
보통의 벌들은 다 그렇지만, 벌집을 건들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
쌍살벌도 그렇고, 말벌 중에서는 공격성도 꽤 낮다.
암벌이라면 2년 정도 사는데, 첫해는 태어나 짝짓기를 하고 나무 틈새에서 월동을 한 뒤 다음 해 봄에 집을 짓고 번식을 한다.
그리고 그 해에 죽는다.
그러니까 완성된 말벌집을 봄에 발견했다면 이전 해에 여왕벌이 살다 떠난 빈집이라는 얘기다.
알에서 깨어난 흔적까지 관찰하며 아들은 매우 만족해했다.
며칠 정도 보다가 결국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말벌집을 구경한 경험치+1을 쌓은 벌덕후는 오늘도 행운의 날이라고 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