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무언가를 흘리고 다닌다
오후에 갑자기 비가 꽤 쏟아지는 날이었다.
학교에서 바로 차에 태우고 병원 갔다 집으로 왔는데, 대문 앞에 무언가가 버려져 있었다.
봉투 따위가 바람에 날려 문 앞에 떨어진 거라고 생각해서 주워 버리려고 들어보니,
우리 아들 바람막이였다.
함께 운동장에서 놀던 친구들이 일부러 우리 집까지 와서 두고 간 모양이었다.
예쁘게 개서 턱이 있는 공간에 놓아두었다면 좋았을 텐데.
남자아이들의 최선이었을까,
놓고 간 모양새가 쓰레기 같아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곧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았더니, 딸의 친구다.
“전화기를 놓고 가서 제가 챙겨두고 있어요.”
종종 딸이 전화기를 잊거나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은 날은 친구들의 전화기를 빌려 나에게 통화를 걸어오곤 해서 딸과 친한 친구 몇 명은 나와도 전화번호를 교류한 상태였다.
“그래. 내일 학교에서 만나면 전해줄래? 챙겨줘서 고맙구나.”
전화를 끊고 두 녀석들을 쳐다보니 당황해서 웃는다.
아이고 이 덜렁이들.
잃어버린 적도 한두 번은 아니지만,
한 날 한 시에 둘이 동시에 물건을 잊고 오다니.
똑 닮은 남매라 그런가, 별 걸 다 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