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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May 22. 2023

- 고양이 자랑 -

모든 고양이는 예쁘다


엄마 잃은 아기 고양이를 길에서 발견하면, 마치 길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보는 기분이다.

고양이를 펫샵에서 분양받아 본 적이 없는 나에게,

고양이를 입양하는 일은 계획하고 실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닌

갑자기 쏟아지는 여름 소나기처럼 어느 순간 예고 없이 일어나는 사고 같았다.

그래서 외모를 고른다던가, 종을 고른다던가 하는 선택지 자체가 없다.

길냥이다 보니, 대부분 코숏이었고,

대부분 어딘가 조금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고양이라서, 내 영역으로 들어온 존재라서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뻤다.

길짐승이 인간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그 자체도 감격스러웠고,

하찮은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것도 큰 위안이 되었다.


내 곁에 온 고양이들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그리고 엄마처럼 자랑하고 싶은 팔불출의 마음을,

겉으로는 최대한 꾹꾹 티 내지 않고 감추며 살아왔다.

내 주변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유독 많았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는 그 들의 좋은 안주가 되곤 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왜 좋아해?"

"너는 이상해."

"고양이 골골 대는 소리 오래 들으면 폐병 걸린대."


그래도 가끔 고양이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물어오면,

숨기지 못하고 입이 터져버리는데,

'코숏' 따위를 자랑하느냐며 초를 처버리는 사람도 나타난다.

길에서 흔하게 보이는 고양이 따위를 주워서 기르는

'가난함'을 티 내는 게 뭐 자랑이라고.

'품종'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며 돌려 말하지만,

내게는 그 들의 속내가 훤히 보였다.


지금은 나도 소위 '품종'이 있는 고양이도 한 마리 기르고 있다.

삼색이 나미는 '노르웨이 숲'이다.

하지만 나미도 길냥이 출신이고, 나는 나미가 노르웨이 숲인 걸 몰랐다.

내가 삼색이를 너무나 기르고 싶었을 때, 마침 임보처를 찾고 있는 새끼 고양이가 내 눈에 뜨였을 뿐.

아기라 털이 짧아서, 중성화할 때만 해도 의사도 노르웨이 숲이 아니라고 했었다.

하지만 내게는 '품종'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별 신경 안 썼는데,

나중에 인터넷 카페사람들이 나미는 노르웨이 숲이 맞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유전병 등의 이유로 키우고 있는 고양이의 품종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도 알려주었다.


나에게도 '품종'에 관한 선입견이 있었다.

아마도 코숏만 키우던 '나에 대한 편견'의 반대급부였겠지만.

나에 대한 멸시를 고양이에 비춰 무시하던 사람에 대한 불만을,

불쌍한 생명을 거 둬 키우고 있다는 자부심 따위로 포장해 내 마음을 애써 채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 들은 고양이에겐 관심 없다.

그저 나를 무시하려는 수단으로 이용한 것뿐.

어차피 내가 흘려들으면 그건 그거대로 흘러가 사라지는 이야기.

사실은 '고양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이야기.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이고,

모든 고양이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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