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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May 25. 2023

- 저질체력 -

내일의 나도 저질체력입니다



나는 하루 한 시간 정도 낮잠을 꼭 잔다.

게으르거나 잠을 좋아해서 자는 건 아니다.

하루가 너무 짧은데 낮잠으로 시간을 뺏기니까 매일 손해 보는 기분이라 할 수 있다면 낮잠을 안 자고 싶다.

갑상샘 저하증 약을 먹기 시작할 때, 떨어진 수치가 정상이 되면 하루 종일 쌩쌩하게 지낼 거라 기대했었다.

일 년 정도 약을 꾸준히 먹고 드디어 수치가 정상치를 유지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낮잠을 빼먹는 날에는 오후에 바닥으로 꺼질 만큼 힘들었고, 졸리지 않아도 미리 자 둬야 생활이 가능했다.

그래도 평상시는 낮잠으로 어느 정도 피곤함이 해결이 됐다.

그러나 다른 호르몬 주기에 따라 여전히 몸상태가 들쑥날쑥했다.

컨디션이 바닥을 치는 날에는 낮잠 시간을 평소보다 늘려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정말 입으로 ‘헥, 헥’ 소리를 내면서 오후 일을 해치운다.

매일 하던 일이라 습관이 되어서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끝은 낸다.

씻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고 싫지만,

안 씻으면 다음날 머릿속은 헐고 피부트러블이 올라온다.

그래서 거른 적이 없다. 무조건 한다.

아무리 귀찮아도 늙은 고양이 피하수액은 주어야 한다.

하루 이틀 빠뜨려도 괜찮다고는 하지만,

그 빼먹는다 보면 버릇으로 굳어질까 봐, 억지로 한다.

다른 집안일들도 ‘내일의 나’에게 미루지 않는다.

’내일의 나‘가 멀쩡하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망할 저질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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