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한 번만 말해도 듣잖아
방학이 되면, 나와 아이들은 더 열심히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은 무료 쇼핑센터 같다.
사지 않아도 물건을 사고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니까.
학기 중엔 주 1~2회 정도 들르지만, 방학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간다.
도서관 주변 길은 그늘이 별로 없다 보니 특히나 겨울에는 산책하기 좋았다.
그래서 주인과 산책 나온 개를 자주 마주친다. 개는 앉으라는 명령에 엉덩이를 착 내렸다.
한 번만 말해도 척척. 우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과 나의 감격의 눈빛을 읽은 주인이 만져 봐도 좋다고 개를 세워주면,
‘댕댕이 충전’을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이때다 하고,
신이 나서 단단한 머리를 열심히 쓰다듬었다.
아이들도 손을 뻗어 등의 부드러운 털을 조심스레 만졌다.
개와 작별인사를 한 뒤, 만질 수 있어서 운이 좋은 날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집에 돌아오면 쓸어 담아 온 책을 거실 여기저기 널려놓고 뒹굴 대며 읽었다.
그렇게 아이들 일기장에는 겨울 방학의 어느 하루가 행복한 날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