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무한리필
사소한 점을 기억해 주는 부분이 남편의 장점.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 먹는지,
하루 컨디션을 어떻게 시작하고 마무리했는지....
되려 커다란 카테고리 안의 덩어리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데,
이를테면,
어떤 가수 노래를 주로 듣는가 하는 점.
(나는 남편이 헤비메탈을 자주 듣는 건 알고 있는데 시끄러워서 가수 구분은 안 된다.)
영화나 드라마는 어떤 장르를 보는지.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지.
옷취향이나 취미생활 같은 건 잘 모른다.
남편은 내가 그린 그림은 봐주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멘션을 넣지는 않음.
하지만 그보다 더 세부적이라 지나치면 모를 만한
내가 명이나물을 잘 먹는다던가,
바싹 익힌 고기를 좋아하고,
자주 찾는 과자 이름 따위를 기억하고.
전화통화 하는 걸 싫어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피곤해한다는 거나,
아침에는 컨디션이 나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작은 부분을 알아주어서 바닥부터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어릴 때 엄마에게 받았어야 할 관심을
지금에서야 남편에게 받는다.
이렇게 별거 아닌 거에서 내 자존감이 꾹꾹 채워지는구나.
내 자존감 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