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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Jul 06. 2023

- 계산대 매너 -

계산대 매너를 지켜주세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영역이 침범당하면 누구나 당황하겠지?

한적한 마트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계산을 기다려야 하는 다음 차례인 사람이 결제 중인 물건을 담고 있는 내 옆으로 바짝 붙어왔다.

그 사람은 손으로는 사인패드를 덮고, 머리로는 결제확인용 모니터를 반쯤 가렸다. 내가 산 물건 옆으로 본인 가방도 내려놨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일행이다.

에드워드 홀이 [숨겨진 차원]에서 제시한 근접학 상 사회적 거리는 3m. 내가 생각하는 전혀 모르는 타인과의 거리도 그 정도가 좋다. 그 정도는 못 지켜주더라도 하다못해 코로나 팬데믹 때의 거리두기는 2m였다. 아무리 팬데믹은 종식되었다고 하지만 갑자기 개인적인 영역인 1m 안으로 사람이 파고든다면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대체 뭐가 급하다고 계산 중인 사람 옆으로 끼어드는 걸까?

하필 계산대도 다른 계산대에 비해 좁아서 함께 온 남편조차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는데.

거리를 둬달라고 말하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가방을 뒤적거리던 그 사람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전화를 받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요?!”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나와 계산원 모두 벙찐 표정이 되었다.

계산을 마쳐야 하는데 계산원이 말하는 금액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결국 남편이 소란스러움을 느끼고 다가와 물었다.

“누구야?”

“몰라. 누가 보면 일행인 줄 알겠어.”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 내 말이 들어야 할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배달원으로 추측되는 통화 상대에게 숫자 네 개를 큰 소리를 외친 주인공이 왜 못 알아듣냐며 화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계산을 끝낸 나는 뭐라 할 타이밍을 놓쳐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막무가내인 사람인 이길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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