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맛
초봄이나 늦가을이 되면 엄마와 종종 과수원에서 냉이를 캤다.
그때 나온 냉이가 잎도 연하고 뿌리도 가늘어 먹기 좋고 향도 진했다.
냉이를 수확한 날 저녁 반찬은 냉이된장국이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어서 입 짧은 나도 밥을 두 그릇씩 먹곤 했다.
독립한 후로 도시생활을 하다 보니 냉이는 이제 마트에서 사야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됐다.
식물 키우기는 재주가 없는 나는 항상 마트 식재료를 선호했다. 상품성을 고려해 만든 마트 채소는 대체로 맛도 향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냉이만은 아니었다.
상품성이 좋은 냉이는 크고 실했지만,
향과 맛이 내 기억과 달랐고 뿌리는 너무 커서 질겼다.
그래서 몇 년 전 씨를 사다가 마당에 뿌려뒀는데,
올봄 제법 몇 번 뜯어먹을 만큼 번졌다.
아주 작고 연할 때 열 개쯤 뜯어서 국에 넣어봤는데,
어릴 적 그 맛까지는 아니지만 꽤 그럴싸했다.
아마 엄마의 된장맛이 아니라서 그 맛 재현은 힘들겠지만,
추운 날 손 터가면서 캐왔던 그 냉이의 추억이 떠올라서
국이 맛있었다.
그렇지만 따뜻한 마당에서 냉이는 금방 쇠어버렸다.
꽃이 훌쩍 자라 더 이상 먹을 수 없어졌다.
그래도 또 가을이 깊어지면 또 수확해 먹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