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 사이의 커다란 강이었던 적 있다.
그 강이 우리를 가로막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잠겨 유영하게 하는
서로에게 더 젖어가게 하는.
매일 매일 하루의 큰 부분을 내어주며
함께 엮어지던 날들.
그러는 동안 너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고민한 적 있다.
사랑하는 연인.
대화가 잘 통하는 지인.
일에 대한 조력자이자, 고민을 나누는 선배.
같은 취미를 가짐으로써 통하던 친구.
그래, 네가 소울메이트라고 여기며 살았던 적도 있다.
소울메이트.
서로를 이루는 글자의 한 자음, 조차도 통하는 사람.
나는 진정 너를 그렇게 여겼던 적 있다.
세상에 오롯이 나뿐이라는 듯.
사랑하는 데에 열심인 너를 보며, 너만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어느 새벽 함부로 생각하기도 했다.
투명하게 속이 훤히 비치는 너의 사랑이.
아주 가끔은 버겁기도 했다.
금세 파도치는 너의 감정과, 나의 사랑을 갈구하는 목마름과
잠시도 내게로부터 떨어지고 싶지않다는 외로움으로부터 가끔은 벗어나고 싶었던 적 있다.
그럼에도 나는 너의 품이 좋았다.
언제고 내게 열려 있는,
내가 아는 크기와 촉감과 너비를 가진.
사랑은 어쩌자고 내게 와서
너를, 나를,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게 들뜨게 뜨겁게 해놓고
다른 속도로 식어 갔을까.
왜 같이 시작한 마음이 사이좋게 같이 맺어질 수는 없었을까?
너와 헤어지고 너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