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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e Dec 03. 2016

파란 에이스, 최성욱의 슈퍼스타K

나의 아이돌을 기억하며

  내가 좋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SBS의 K-POP STAR!(이하 케이팝스타)가 유일하다. 우후죽순처럼 터져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 사이에서 매년 케이팝스타를 꼼꼼히 챙겨보게 되는 이유는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로 구성 된 3개의 기획사가 도전자들을 책임지고, 그들의 인생을 나누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유희열 분이 그런 말을 했다. 케이팝스타는 참가자들의 인생 드라마라고, 그리고 본인 자신을 포함한 심사위원들이 그들의 인생에 책임을 갖게 된다고. 그의 모토는 제작자로서, 기획사의 수장으로서도 멋진 것이어서 나 역시 참가자들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


  나의 이 감정은 반대되는 입장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슈퍼스타 K가 그렇다. 악마의 편집, 잔인한 자막 등으로 매 시즌 지적을 받으면서도 그들은 그 편집방식을 고수한다. 화제성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 우리가 기억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중 흑역사 관련 VCR의 대부분은 슈퍼스타 K가 아니던가. 케이팝스타의 따뜻한 무언가와는 대조되게 슈퍼스타 K는 치열하고, 날카롭기 까지 하다. 나는 그러한 연유로 이 냉정한 프로그램에 대해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슈퍼스타 K 2016의 방송을 보게 되었고 나는 그 곳에서 에이스를 봤다.


  만감이 교차했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아이돌이었다. 파란이라는 그룹을, 에이스 때문에 좋아했다. 그의 팬페이지에도 가입했었다.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그를 응원했었다. 그러다가 잊었다.


  그의 팬이었던 내가 그를 잊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중은 그를 잊었나보다. 한 때 2세대 아이돌의 대표격으로 태국 등지에서 한류의 붐을 이끌던 에이스는 그 어떤 수식도, 예고도 없이 슈퍼스타 K 무대에 올랐다. 까마득한 후배일 에일리 역시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쩌면 외국 생활로 인해 애초에 몰랐을 수도 있겠다.) 반주가 시작되고 익숙한 목소리가, 조금 더 나이 먹고, 조금 더 성장한 소리를 냈다. 여전히 앳된 얼굴로 성실히 노래하던 그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몇 개의 기사가 났다. 그리고 그의 슈퍼스타 K 도전기는 마무리되었다. 철 지난 아이돌에게 대중은 더 많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에이스는 파란의 메인보컬이자, 귀여운 외모로 팬덤 내에서도 지지도가 높았다. 회사의 일명 '라이언 밀어주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 역시 에이스였다. 팬들의 바람과 달리 회사는 상품력 있(다고 본인들이 생각하)는 라이언의 솔로앨범, 방송 활동만을 지원했고 라이언 없이는 그룹 활동도 힘을 못 받고 기다리던 팬들은 다른 팬덤으로 옮겨가거나 현재말로 '탈덕'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에이스의 솔로 앨범이 나왔고 미지근한 반응에 소속사는 에이스에 대한 지원을 멈췄다. 때를 놓친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에이스를 좋아했다. 순수하게 노래하는 모습과 해맑게 웃는 얼굴이 좋아서. 그리고 그의 재능이 너무 아까워서. 나의 1세대 아이돌이자 최애 아이돌은 본래 동방신기였는데 에이스가 그런 대형 소속사의 지원을 받으며 활동을 했다면 정말 빛을 봤을텐데 하는 짠한 마음으로 동방신기에서 에이스로 많이 왔다갔다 하며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울만큼 고민했었다.



  나이를 먹느라, 바쁘게 생활하느라, 아이돌 보다도 다른 것이 중요한게 많아진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잊고사는 사이에도 에이스는 여전히 노래하고 있었다. 대중에게 파란을 기억시키기 위해서 슈퍼스타 K에 지원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짠한지, 방송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이 먹먹해서 내 피드에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노래하고 싶지만 무대가 없는 그가 생각나서. 대중의 관심 속에서 너무나도 멀리 벗어나버린 그가 안타까워서.


  왜 슈퍼스타 K 였을까? 생각한다. 그에게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차라리 내가 애초에 언급한 케이팝스타가 그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되어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지금 마지막 시즌을 방영 중인 케이팝스타는 기성 가수, 연습생에게도 열린 '라스트 찬스'라는 슬로건을 달고 있지 않은가. 사실 가장 그의 출연을 바랐던 프로그램은 '복면가왕'이었다. 적당히 감춰져 있어서 모든 패널과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그의 노래를 오래 들을 수 있을 기회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왜 슈퍼스타 K 였을까.


  결국 한 곡 조차 완곡하지 못한 채 초라하게 탈락한 그에게 애잔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더 많은 방송을 통해, 매체를 통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가수 인생 중 어느 지점에서는 부디 좋은 곡을, 좋은 지표를 만나 그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지점이 너무 멀지 않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k0yeqLzKDHw

파란 - 내 가슴엔 니 심장이 뛰나봐 (full ver.) / 윤도현의 스케치북



https://youtu.be/ChnV-72Dq0I

파란 - 내 가슴엔 니 심장이 뛰나봐 / 인기가요

약간 생략 되었는데 앳된 에이스의 얼굴이 반가워서...


https://youtu.be/D2b_MAAUNtQ

파란 with. 천상지희 더그레이스 / 뮤직뱅크

화제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에이스는 노래를 잘한다. 그리고 그의 보컬은 흔하지 않다. 허스키 한듯 부드럽고 힘있지만 애잔하다. 그 사실이 너무 잊혀진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썼는데.. 주절주절 늘어놓기만 한 것 같아서 내 필력이 아쉽다.


  슈퍼스타 K를 본 직후부터 오늘까지도 에이스에 대한 안타까움, 이 내 마음을 꼭 누군가에게 떠들듯 서술하고 싶었는데 내가 하는 유일한 플랫폼인 브런치가 그 공간이 되었다. 그간 내가 써온 글과는 맥락이 다르지만 나의 청춘의 한 부분이었던 최성욱이, 그의 도전이 마냥 초라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탈락했지만 방송에서 그를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고, 나는 여전히 팬심으로 울렁거리는 모양이다.


  최성욱이 계속 노래 하길. 바라며 한 때 여고생이었던 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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