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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e Jan 29. 2017

뷰티 인사이드를 본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을 글

주관적인 리뷰

오늘의 네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

  아름다움은 내면에 존재한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사랑에 빠진 여자 이수의 이야기. 영화 '뷰티인사이드' 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몇번을 봐도 볼때마다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이 작품을 수없이 다시 보면서 매번 다른 각도에서 슬픔을 느꼈다.


  처음 영화를 본 것은 개봉 시점이 한참 지나서였다. 나른한 주말 오후였고, VOD 무료 영화 목록에는 나를 잡아당기는 영화가 딱히 없었다. 5천원인가 가치를 주고 베개를 무릎에 얹은 채 텔레비전에 시선을 꽂았다. 그리고 머지 않아 매료되었다.


  아름다운 어쿠스틱 선율, 단정하고 조곤조곤한 말투의 이수(한효주 분)가 등장한다. 청량한 미소와 잔잔한 눈매. 그녀는 영화 내내 그렇게 차분하게 나를 이끌었다.



  나는 오늘 그녀의 입장에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설특선으로 방영하는 이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뜯어 보았다. 처음, 두번째 영화를 봤을때 까지만 해도 나는 우진의 시점에서 상황을 전개하며 이해했다. 원인 모를 질환, 거울 속 매일 낯선 내가 언제까지 지속 될 것인지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주저하며 시작한 사랑. 그 속에서 '나'를 마냥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연인. 그 연인이 망가져가는 모습, 무너지는 관계. 한 없이 수동적일 수 밖에 없었던 우진이 안쓰러웠다.


  그러나 몇 번째 본 똑같은 장면 속에서, 어느새 나는 이수에게 투영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떤 외면으로 기억할 수 없음이, 평범한 연애에서 멀리 걸어나온 사랑이, 이수 스스로를 갉아먹게 하는 우진이 가슴 아린 존재가 되었다.


  낯선 남자의 품에 안기는 두려움을 말하며 그녀는 떨었다. 최면을 걸어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리는 자신이 아름답지 않았다. 신경안정제를 털어 넣어야만 잠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수는 우진을 놓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은 나의 연인 때문이다. 자신이 견디고 있는 이 무게를, 누가 기어이 대신 질 것인가. 누가 또 우진을 사랑하고 버텨낼 것인가. 이수는 자신이 없다.


  그녀의 이 감정이 낯설지 않다. 우리들의 연애 역시 다르지 않으니까. 나 없이도 모든 것이 완성되어 있는 사람의 곁에서는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쉽게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사람 곁에서는 사랑 이외에도 많은 것이 발목을 잡는다.


  내가 없으면 목 늘어난 티셔츠 속에 자신을 가두고, 집에 들어가는 길 물을 사가야 한다는 것을 계속 잊고 며칠이고 목 마른 채 잠들며, 라면으로 배달 음식으로 위장을 채울 것이라는 사실이. 아니면 강한 척만 해야하는 바쁜 하루를 끝내고 집에 들어와 투정 부릴 사람 없이 하루의 고단함을 그대로 품고 잠들 밤이. 그것도 아니면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미련함이. 눈에 선해서.


  이 마음이 남으면, 여자는 쉽게 돌아서지 못한다. 모성애와 직결 된 오묘한 감정은 사랑이 끝나고도 미지근하게, 오래 남는다.


네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그 때 나도 모르게 안도한 거.


  그러나 둘은 헤어진다. 병들어가는 연인을 위해, 떠나는 것을 택한 우진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 괜찮아진다.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고도 잠에 든다. 정신과 상담을 더이상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가끔씩 주저 앉는다. 이 길 어디엔가 분명히 우진이 있어서, 그 사실이 느껴져서, 그러나 다시 시작할 수 없어서.


  익숙한 노래를 들으면,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의자를 보면, 다시금 헤어짐이 생경하게 와닿는다. 왜 헤어졌을까? 무엇이 두려웠던가. 그래서 그와 헤어진 지금 행복한가. 그녀는 도리질 친다. 어떤 힘겨움도 우진이 없는 지금 보다는 견딜만 할 것 같아서.



  다시 그의 앞에 선다. 의연한 얼굴을 하고, 멀리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내가 이수였다면, 우진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매일 추억이 없는 얼굴로 나타나 내 손을 잡는 그를 따라 웃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yes, 어쩌면 no다.


  그 어쩌면의 갈림길에서, 이수는 그저 우진을 선택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오늘도, 내일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벅찬 것인지. 둘의 사랑이 잔잔하게 내게 일러준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영화다.



* 삽입 된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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