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아들의 생일을 맞으며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 12번째 생일을 맞이한 나의 아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처음 네가 태어난 날은 요즘같은 가을날이었지.
12년 전 그날 엄마도 너를 낳으면서 새롭게 태어났다는 걸 그 땐 미처 몰랐단다. 뱃속에 아기가 주수대비 큰편이라고 해서 밥은 반공기만 먹고 회사에도 도시락을 싸서 다닐정도로 엄마가 되기 전 엄마는 참 열정적이었어.
그 땐 엄마가 이미 어른이고 아이를 낳으면 굉장히 잘 해낼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 믿음은 산후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산산히 부서져 버렸지만.
처음 몇주는 엄마가 외갓집에서 신생아였던 너를 돌봤는데, 분유 먹이는 것부터 두세시간에 한번씩 깨서 우는 너를돌보는 일, 그리고 밤잠은 결코 길게 못자는 일들이 막상 닥치고 나니 너무도 큰 시련이었어.
출산 후에 3개월 정도 엄마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고된 육아를 해내야 하는 게 정말 힘들거든. 누구나 처음 해 보는일이 힘든것처럼.
학교를 들어가도 1학년부터 시작하고 직장에 들어가도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차츰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것과 달리 엄마들은 초보단계부터 혼자서 어려운 일들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
그렇게 엄마는 처음 너를 키우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게됐지. 상대가 내 마음에 들고 예쁘고 멋지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니까 하는 사랑만 해봤던 엄마인데.
알고 보니 부모의 사랑은 훨씬더 광활해야 한다는 걸 알았단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의 보따리 안에는 가슴벅찬 행복과 감사함 같은 아름다운 것들만 있는게 아니라 희생, 인내, 책임감, 평정심,반성, 불안, 그리고 정의하기 힘든 감정들까지 모두 함께 들어있어. 이 감정들이 가끔은 한꺼번에 회오리쳐서 정신을 못차리게 힘든 때도 찾아오지.
그럴 때마다 너를 향해 서툴게 말하고 행동한 적도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엄마가 화내고 짜증내는 대상은 네가 아니라 엄마 자신이었던 것 같아.
네가 한살씩 더 커갈 때마다 엄마는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제 10살쯤 됐으면, 이제 11살씩이나 먹었으면, 스스로 할일도 잘 하고, 동생도 잘 챙기고, 집안일도 한가지쯤 도맡아 하고, 해야하지 않냐며 잔소리를 하곤 한다.
그래봤자 너는 아직 열두살인데, 엄마는 니가 어른이라도 된 것 마냥 매번 기대하고 실망하고 혼내면서 아직도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어. 너는 그래도 아직 어린애고 애기인데.
가끔 엄마가 서툰 모습을 보이면 엄마도 아직 열두살 밖에 안되서 그러는 거니 너도 조금은 이해해주렴.
그동안은 엄마가 너의 손을 잡고 갔다면, 이제는 너 혼자 걸어가야 할때가 된것 같다. 대신 엄마는 옆에서 네가 갈길을 못찾고 있을 때 조언해주고 도움을 주기 위해 너랑 같이 뛰어줄거야.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처럼.
엄마도 계속 뛰려면 체력도 정신력도 계속 단련시켜야 할 것 같다. 네가 성인이 되었을 때쯤 엄마도 더 성숙한 엄마로 자리할 수 있기 위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계속 사.랑.한.다.나의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