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Disabled 10화

불가능함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Disabled 10

by 소안키친

내가 직접 장애를 안고 살아보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다.


하루는 엄마를 모시고 마트에 가는 길에 카트를 가지고 무빙워크를 타고 있었다.

우리 앞에는 일행 3명이 마찬가지로 카트를 가지고 가까운 간격으로 서 있었는데, 내릴 때가 되어도 거동을 잘 못하는 거다.


무빙워크 끝에서 정체가 일어났고, 나와 엄마도 앞팀과 추돌하며 당황했다. 겨우 내려선 다음에도 앞팀은 앞으로 빠르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 중 두명 정도는 거동이 불편한 것 같았는데 왜 앞으로 못갈까 하고 자세히 보니 세 명이 모두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잠시 추돌해서 혼란스럽긴 했지만 가까스로 사고는 면했다. 고령의 엄마가 다치셨으면 큰일났겠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같으면, 내가 장애를 겪기 전 같으면, 내색은 안해도 앞사람들을 나무랐을 것이다.

안전에 위협을 느낀 상황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몸이 불편하니 어쩔수 없었겠지, 다음부터는 무빙워크를 탈 때 안전거리를 더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신했다.


개인적인 투병담을 가지고 거대한 담론을 논하자는 건 아니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조금 바꿔본다면 좋을 것 같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을 볼 때 흔히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불편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나 또한 경험하기 전에는 그랬으니까.


장애를 가진 사람(Disabled)은 많게 또는 적게 ‘무언가가 불가능한 사람’일 뿐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한 두 가지쯤은 불가능한 것이 있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잘 웃는 게 불가능하고, 누군가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불가능하며, 누군가는 휴대폰 없이 사는게 불가능한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전처럼 불편한 시선을 보낼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그런 시선들이 모이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심리적인 소속감을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BTS가 <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에서 수어 안무를 선보여 세계적으로 찬사를받았을 때, 어느 해외 팬이 남겼다는 댓글이 회자가 됐다. 청각장애인인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깨달았다. 장애를 가진다는 것은 비장애인의 세계와는 분리된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짧은 기간동안 내가 느꼈던 불편함과 위축감도 그런 고립감에서 오는 것이라는 걸.


누군가는 이정도 병으로 장애를 운운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개인의 고통의 강도는 결코 타인의 잣대로 가늠할 수 없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고,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치도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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