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 호주 편
언제부턴가 후회하지 않으며 살게됐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굳게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 집을 떠나 호주 연수를 마친 뒤였을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 ‘완벽한 성취감’이라는 걸 느꼈던 때다. 집을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자율적인 어른으로서 무사히 학업과 생활을 마치고 주옥 같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충만함. 내가 가장 행복을 느끼는 충만한 시간이었다.
자기계발부터 여행, 다큐, 휴먼, 로맨스 장르 까지 짧은 시간에 섭렵했기에 더없이 충만할 수 밖에.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신기한 몸의 변화를 느꼈다. 가슴속에서 붕 떠있던 묵직한 무언가가 스르륵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 타지에서 견지하고 있던 절대적인 긴장감이 안도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시는, 후회할 일을 하기도 후회라는 감정을 소모하기도 싫어졌다.
20대 초반의 일이니,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왜 후회할 일이 없었겠느냐만은 무언가 잘못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관점과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설사 일이 잘못되었더라도 '하지 말걸'하는 후회 대신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로 대안을 찾아왔던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일이 후회로 끝나는 것보다는 좋은 선택이었다는 결론으로 끝나는 것이 훨씬 좋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습관이 되다보니 후회하지 않는 것이 삶의 태도가 된 것 같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돌이켜보니 나에 대한 확신이 가득한 경험을 하고 난 후였다. 그러고보니 호주에서의 어학연수가 삶의 큰 축을 만들어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