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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안키친 Nov 17. 2021

오늘 열살된 엄마입니다만

10년차 워킹맘 홀로서기


10년전 오늘 나는 처음으로 엄마가 됐다.

첫째 임신 당시에는 모든것이 처음이라

매사가 조심스러웠던 때다.


뱃속 아기가 주수보다 큰편이라 식단 조절도

해야했고, 예정일보다 일찍 나올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예정일보다 2주전 출산휴가를 냈었다.


예상대로 열흘즈음 먼저 새벽녘에 진통이 왔고,

책에서 본대로 출산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새벽 6시쯤 병원에 도착했고 드디어 첫아이가

세상에 나왔다.건강하고 예쁜 아기였다.

식단조절의 힘이었는지

의사의 예상보다 몸무게도 적게 나갔다.

출산이란 두려움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나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모든것이 신기하기만 했던 첫 육아의 주인공인

첫째가 드디어 열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리고 엄마인 나도 열살이 됐다.

생일상 메뉴는 뭘로 해야하지?

미역국에 보쌈고기를 하려다 김치를 안먹는

첫째를 위해 등갈비찜으로 바꿔서 준비했다.


초등입학 전에는 성격도 순하고 편식도 거의 안하던

첫째가 입학이후부터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까칠한 성격이 됐다.

친척들에게도 일체 곁을 주지 않아 빈축을 사기 일쑤다.

어릴때 동생이 그랬던 것처럼, 바톤터치하듯 그대로 한다.


그렇게 나의 두 아들은 어쩌다보니 친정과 시댁 식구들에게 개구쟁이들, 까칠한 녀석들, 엄마 힘들게 하는 아들들의 이미지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유감이지만 내마음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첫째녀석의 예의없음에 분노가 폭발한 적이 여러번 있다. 엄마, 아빠에게가 아닌 가까이 사시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영 버릇이 없다.




생일에도 예외는 없었다. 며칠전 생일 용돈을 주신 외할머니에게 감사 전화를 드리자고 했더니, 전화를 걸어 장난스러운 말만 하고 끊어 한 차례 뚜껑이 들썩거렸다.


‘전화로 말 한마디 하는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바르고 착하게 못해낼까?’

언제나 나의 의문은 같은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


씩씩거리는 내 눈치를 보다못한 남편이 할머니에게 편지라도 하나 쓰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역시나 지렁이 같은 글씨로 장난만 치다가 낙서인듯 편지인듯 한 걸 가지고 왔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생일 낮에 굴러다니는 편지가 보여 첫째를 타일렀다.

“짧은 내용 그대로도 좋으니 평소 하던대로 깨끗한 글씨로 다시 써봐”


게임인지 유튜브인지 하는 중에 말했던 게 화근일까?

특유의 울음섞인 짜증으로 싫다는 표현을 대신하는 아이.


순간 또다시 분노 버튼이 눌러졌다.두 아들을 키우면서 마음의 고비를 많이 넘겼고, 평정심을 조금을 유지하는 경지에 다다랐다고 믿었었는데, 하필 생일에 또다시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난 참지 못하고 또 다시 청소포를 집어들었고,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핏대를 올리며 폭언을 퍼부었다.

학창시절 음지에서 노는 아이들이 면도칼을 씹어 뱃는다는 무시무시한 말이 있었는데, 내 모습이 그랬다.


지난 세월 고비를 넘으며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했거늘, 아직 열살짜리 엄마인 나에게는 마음수련이 더 필요한걸까.


첫째를 혼낼때마다 마지막은 늘 같은 수순이다. 게임 금지와 핸드폰 압수. 핸드폰을 뺏는행위가 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걸 안다. 반대로 핸드폰을 주는 걸 상으로 여기면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심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세대인 아이들을 키우며 혼나는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부모는 없을 것 같다.


휴대폰을 뺏긴 첫째가 이내 울기 시작하고, 형을 혼내는 나를 말리려다 포기한 둘째는 방에 들어가 울고 있다.


결국, 난 또다시 낭떠러지에 떨어졌다. 하지만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았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아직 열살밖에 안된 엄마의 부족함을 반성하면서.


어지간해서는 혼나고 나서 좀처럼 의기소침 하지 않는 첫째가 유독 슬픈 표정으로 침울해 하고 있었다.

나는 어렵사리 대화를 시도했다.


“엄마가 몽둥이 들었던 건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니 생일이라고 용돈까지 보내주시는 할머니한테 감사하는 마음이 없고 표현도 제대로 못해서 너무 실망해서 그랬어.”


“정말 고마운 마음이 1도 없니? 아니면 마음은 있는데 표현을 못한거니?”

한참을 뜸들이던 아이가 대답한다. “고마운 마음 있어”

“그래 표현을 못했던 거구나. 연습하면 될거야…”


그렇게 가까스로 아이들을 달래고 다행히 저녁밥을

먹을 때쯤 분위기는 괜찮아졌다.


저녁 늦게 친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예쁘지도 않을 손주

녀석 생일이라고 용돈도 보내주고 전화까지 주시는 어른들..


웬일로 첫째가 용기내어 반듯하게 인사를 해냈다. 외할머니 때보다는 훨씬 발전한 멘트들이다. 잘 했다고 엄지 척을 해 주었다.

(햔편으로는 왜 우리 엄마한테만 못하냐 싶어 아쉽긴 했다..)



얼마전 ‘금쪽같은 내새끼’ 에서 예절을 중시하는 엄마가 아들과 갈등을 겪는 문제가 나왔다. 오박사님이 엄마에게 했던 질문은 나에게도 해당됐다.


“어머니, 아이가 어른들 말씀에 순종하는 예의바른 사람이 되기 원하세요? 아니면 자기 주도적인 사람이 되기 바라세요?”


자기주도적인 아이의 반대가 순종적인(예의바른)아이는 아닐 것인데, 방송에서의 맥락상 이해는 갔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지키면서 자기주도적으로 성장해 간다면 베스트일텐데.


생일 낮에 있었던 흑역사는 싹뚝 잘라버리고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열살짜리 엄마이니 자만하지 말고 좀 더 내공을 쌓아야한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아이의 성장속도만큼은 아니지만, 엄마도 조금씩은 성장할 수 있다고 믿으며, 아무튼 좌절하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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