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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안키친 Nov 18. 2022

어쩌다 주말, 롯데월드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기

“엄마, 어드벤쳐가 뭐야?”

“어드벤쳐는… 모험이라는 뜻이야”


고1쯤 이었던가. 학원 친구들과 큰맘먹고 학원수업을 제끼고 놀러갔던 롯데월드. 그곳을 다녀오고 난 뒤 원장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나서 깨달았다.롯데월드가 왜 모험과 신비가 가득하다는 건지.


당시에는 교사가 학생을 적당한 수위로 체벌하는게 용인되는 시대여서 가능했지만, 어쨌든 청소년기 롯데월드에 얽힌 안좋은 추억이 됐다.


“너희가 SKY대를 가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

28년이 지난 지금도 원장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그 땐 죽었다 깨어나도 그 본뜻을 몰랐다.


가끔 아이들을 훈육하면서 어릴 적 나를 떠올리고는, 아이들이 못 알아듣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언제나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둘째. 이번엔 친구들이 ㅇㅇ랜드에 놀러가는데 자기도 가야된다는 주장에 넘어가, 무려 주말..일요일 롯데월드를 가는 간큰 결정을 내렸다.


현대인의 소비패턴이 되어버린 우주 최저가 검색의 시간이 다가오고,  단전으로부터 올라오는 귀차니즘과의 사투 끝에 점심시간을 두어번 이용하여 롯데월드 최저가 조사를 마쳤다.


종합이용권은 인터넷 최저가로 42,000원 정도의 수준, 애프터 12나 애프터 4 티켓은 3만원대에 구매 가능.  

비교적 가격 질서가 있어서 검색이 오래걸리지 않았다.

모 블로그에서 종합이용권을 구매하면 1티켓당 프리패스 기회가 3회씩 주어진다는 말에 희망을 걸로 종합이용권을 구매했다.


종합이용권은 롯데월드와 민속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 롯데월드만 이용하는 파크이용권이 있었지만 가격차이는 크게 없다.


종합이용권은 인터넷 구매보다 전용 앱에서 구매하는게 약간 더 저렴했다. 신용카드 할인받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대인 2명에 소인 1명으로 결제해서 최저가로 94,900원.수고한 보람이 있었다며 셀프칭찬 해주었다.



아이와의 추억을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같이 놀이기구를 탔지만, 예나 지금이나 난 정말 강제로 신체를 위험상황에 처하게 하면서 스릴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부류가 못된다.

돈주고 뭐하는 건지.


나에게 테마파크에서 본전빼고 놀기는 뷔페에서 본전 빼고 먹기만큼 힘든 일이다. 과한 욕심으로 황새 따라가다가 제풀에 꺾이는 일 따위는 부질없음을 이제는 안다.


그리하여 나의 능력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는 걸 목표로 조급해 하지 않고 놀았는데, 그래서인지 6시간 동안 6가지를 타는데 그쳤다. 줄이 짧은 곳은 30분 정도(초록불) 중간은 1시간(노란불), 가장 핫한 놀이기구는 1시간 30분까지(빨간불) 전용 앱에서 신호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편리했다.

잠실 롯데월드 전경

입장하자 마자 보이는 열기구와 모노레일이 1순위 탈것이었다. 하지만 두가지 다 40분~ 1시간 줄서는 건 기본이다.

둘째에게 “뷔페처럼 무한대로 다 타고, 여러번 타도 된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상 주말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릴적 나만의 판단기준이 모호할 때는 무작정 남처럼 되는게 목표였다.  “나도 저 친구처럼 사교적인 사람이 되야지. 외향적으로 변해야지. 놀이기구도 잘 타는 사람이 되야지”


한번은 일본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가 황천길로 갈 뻔한 적도 있었다. 그 날 이후 한동안은 버스만 타도 오장육부가 흔들리는 증상에 시달릴 정도였으니, 억지로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노력한다 해도 흉내내는 수준이지, 근본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점차 나와 내 성격을 탐구하고 장점을 부각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던 것 같다 .

에니어그램 검사결과

때마침 ‘에니어그램’이라는 성격유형검사를 했는데 역시나 5번 유형(탐구자, 사색가)이 가장 높은 23점으로 나왔다. 놀라운 건 가장 낮은 게 모험가(6점), 도전자(9)등으로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휴, 모험을 즐기는 건 역시 억지로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놀이기구 극혐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인 것 같다.


한편으론 육아의 세계, 아들 엄마로 산다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모험의 연속인 것 같다. 내가 육아에서 유난히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장장 6시간을 줄서고 걸어다닌 둘째는 다리가 아프고 힘든데도 내색을 안하고 마감시간이 되도록 갈 생각을 안했다. 그러다 우리가 안볼 때 슬쩍 혼자 벤치에 가서 앉아 끙끙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그래 네가 좋다면  놀러오마. 엄마의 느린 속도와 서툰 방식 이해만 해준다면:)




나처럼 테마파크를 자주 가지 않는 분이거나 오랜만에 롯데월드에 가야하는 분을 위해 몇가지 주의사항을 적는다.


첫째, 종합이용권은 일반 소셜마켓에도 할인권이 팔지만 전용앱에서 신용카드 할인으로 사도 비슷하게 저렴하다. 인원별, 카드별 가격비교 하기가 쉽게 잘 돼 있다.
(보통 카드 1개당 1일 1회 할인이니 1개 카드로 본인과 동반 1인까지 할인받고, 나머지 1-2인은 다른 카드로 할인 받는 걸 추천)
* 본인 50%+ 동반 1인 30% 인 경우가 많음

둘째, 종합이용권 구매 시 프리패스가 가능한 제도는 지난 9월부터 없어졌단다. 프리패스는 연간회원에게만 주는 혜택이라고 한다. 아침부터 갈 게 아니라면 종합이용권 대신 애프터 12나 애프터 4를 사면 간식비 정도는 이득이다.

셋째, 롯데월드 매직패스 앱(app)을 다운받는 걸 추천한다. 티켓구매가 아니더라도 매직패스 예약 메뉴에서 놀이기구 별 대기줄 현황을 알 수 있다. (빨, 노 , 초 신호등 시스템)

넷째, 자차를 가져간다면 지하 4층 주차장은 비추천이다. 집에갈 때 길찾기가 엄청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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