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간략(?)한 테크니컬 프리뷰
요즘 TV에서 5G 광고가 한창입니다. 평창올림픽에서 시연한다고 하는데, 언제 내 폰에서 5G를 쓸 수 있는지도 안 가르쳐 줍니다. 아마 LTE 보다 좀 더 빠른 이동통신 서비스로 UHD 스트리밍을 볼 수 있는 통신 서비스 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대체 이게 무슨 소용일까요? 지금 LTE로도 충분히 라이브 스트리밍 짱짱하게 나오고, 카톡이나 페이스북은 3G로도 아직 충분한데. 5G 쓰려면 더 비싼 요금 내고 써야 될 게 분명하고 곳곳마다 Wi-Fi 도 잡히는데 속도 좀 더 빠르다고 해서 5G를 써야 할까요? 실은 심지어 아직 표준 기술도 제정되지 않은 기술인데 언제 사용할 수 있는 걸까요?
이와 같이, 5G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전공자로서 간략하게 기술 개요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5G는 5세대 이동통신 (5th Generation Wireless Cellular Network)을 칭합니다. 4세대 이동통신 (4G) LTE 다음 세대의 기술이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NR (New-Radio)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통신 3사 모두 2019년에 상용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현재 3GPP라는 표준화 협약체에서 표준 기술 제정 단계에 있습니다.
LTE 대비 높은 전송속도가 핵심 성능 지표이긴 하지만 그것이 변화의 전부는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주 서비스 타겟이었던 LTE와는 달리 5G는 다종의 디바이스(차량, IoT, HMD 등)를 위한 복수의 서비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풀어서 설명드리자면, 5G에는 LTE와는 달리 다음의 세 가지 서비스 모델이 있습니다.
1. 속도 중시형 (eMBB; enhanced Mobile BroadBand)
첫 번째, 속도 중시형 모델은 LTE처럼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사용자를 타겟으로 한 모델입니다. LTE보다 약 20배 (최대 다운로드 속도 20 Gbps) 높은 전송 속도를 목표로 하며 1/10 지연속도 (약 1 ms)를 목표로 하여 고화질 실시간 Interactive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증강현실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증강현실은 카메라로 촬영된 고해상도 사진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수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LTE보다 높은 전송속도와 낮은 지연시간이 필수적이며, 이 모델은 그것을 가능케 합니다.
2. 안정성 중시형 (URLLC; Ultra-Reliable Low-Latency Communication)
안정성 중시형 모델은 극도로 높은 전송 성공률과 낮은 지연을 목표로 합니다. 전송 실패를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보낼 때 다른 서비스 모델 대비 많은 에너지와 무선 자원을 소모하며, 오류 발생 시에는 즉각적인 재전송을 하여야 합니다. 데이터 전송의 안정성과 신속성이 승객의 안전에 직결되는 자율 주행이 대표적인 서비스이며, 공장자동화와 헬스케어 등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3. 기기 밀집도 중시형 (mMTC; 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
마지막 기기밀집도 중시형 모델은 IoT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 모델입니다. 속도, 전송 안정성 보다는 전력 소모 효율성과 단위 면적당 연결되는 디바이스의 수를 극도로 높인 모델입니다. 1평방미터당 최대 100만 개의 기기가 연결되어, 충전하지 않고도 최대 15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충전이 어려운 교량, 터널, 산지 등에 설치될 센서나 집안 곳곳의 센서들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는 서비스 모델의 일반적 특성을 설명하였을 뿐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들을 즉각적으로 분석하여 관련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고 발전된 형태의 포켓몬 고 같은 증강현실 게임을 제공 할 수 있습니다. 5G의 가장 주요한 서비스 타겟으로 자동차를 꼽기도 합니다. 5G는 자율 주행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며, 윈드 실드의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한 에너지는 고품질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최적의 디바이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360도 스트리밍, UHD 스트리밍, 터치 하는 순간 반응하는 Tactile Internet 등이 가능해지며 디바이스의 성능 향상과 5G가 결합되면 예견하지 못한 시너지가 생길 것입니다.
일반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위한 전송 속도 중시형 모델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위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으나, 통신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다종의 디바이스에 제공하는 신사업 모델의 요람이기 때문에 5G가 더욱 중요합니다. 또한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로 인한 장비 벤더 종속성 탈피,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으로 인한 B2B 사업 변화 등이 있는데 여기서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5G에 다종의 신기술이 사용되다 보니 LTE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현재 LTE 대역에서는 사업자가 10 MHz의 대역을 할당받기 위해서 1조 원 가량을 내고 있는데, 속도 중시형 모델의 높은 전송속도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대 1 GHz 넓이의 주파수가 필요합니다.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비어있는 대역도 거의 없기 때문에, 다루기 힘들지만 현재 광활하게 비어있는 초고주파 (mm-Wave) 대역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초고주파는 직진성이 강하고 급격한 신호 세기 감쇄 특성 때문에 연결 안정성 저하가 급격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례로, 휴대폰 뒤판을 손으로 가리면 인터넷이 안됩니다. 문을 지나거나 코너를 돌면 연결이 끊기고, 기지국과 디바이스 사이에 나뭇잎만 있어도 신호 세기가 급감합니다. 초고주파로 초래되는 문제 이외에도, 전송 속도 증가에 따른 네트워크 복잡도 상승, 시간, 지역 등의 통신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기계학습 기반의 지능형 기지국으로의 변화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때문에 초기 서비스 모델은 LTE에 5G의 맛을 살짝 친 정도의 맛보기 정도일 가능성이 크며, 이 서비스 또한 2020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습니다.
LTE는 Long Term Evolution의 약자입니다. 지속적인 발전을 뜻하는 의미로, 최초 상용화 버전 (Release 8) 의 성능은 최신 버전 (Release 13~14)의 1/10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5G NR 또한 최초 상용화 버전 (Release 15)의 성능은 목표 성능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초고주파 사용 시의 연결 안정성 등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하겠지요. 따라서 상용화 이후에도 5G NR은 Long Term Evolution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서비스 품질 개선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간략히 5G 기술에 대한 소개를 드렸습니다. 아직 초기 버전도 나오지 않았으며, 학계와 업계의 연구 격차가 꽤 큰 분야이기 때문에 현업 종사자들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 학위 논문 주제가 5G 초고주파 대역의 이동성 개선이었으며, 회사에서도 동일 분야 연구를 지속하게 될 듯합니다. 현업에 들어가게 되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5G에 대한 내용을 꾸준히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ps1. 5G NR은 현재 표준 기술 논의 단계에 있고 eMBB 모델의 최초 표준 문서가 3GPP에서 2018년 상반기 즈음 나올 예정입니다. 이것도 LTE와 NR을 혼용하는 NSA (Non standalone)의 초기 표준 모델 정도이고, 2019년 말이나 되어야 5G 단독 사용 표준이 나올 예정입니다.
ps2. 3GPP는 이동통신 기술 표준화 연합체로, 풀 네임은 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 즉 3세대 이동통신 표준 제정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인데 5G 표준을 정하는 지금에 와서도 이름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3GPP에서는 기술 단계를 Release로 표시하는데. Release 8-9는 LTE, Release 10-13은 LTE-Advanced, Release 14 은 LTE-Advanced Pro 라고 불리며, Release 15부터가 5G 입니다.
ps3. 표준화도 안되었는데, 어떻게 평창 올림픽에서 시연될 예정인지 궁금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큰 틀의 합의는 거의 된 상태인데다가, KT는 협력사들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자체 표준(KT 5G-SIG)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포함된 기술들이 3GPP 표준에 반영되도록 노력중이죠. KT 외에 Verizon도 팀을 꾸려 표준을 발표했습니다.
ps4.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상용화 목표는 2020년이었는데, KT에서 더욱 속도를 내기로해서 국내 통신 3사 모두 상용화 목표를 2019년 하반기로 잡은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2019년 상반기 상용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ps5.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가 되면서 이동성 관리부와 요금 관리부가 직결되는데, 이를 통해 이동 성능 자체도 상품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속 100 km/h 에서 끊기지 않는 HD 스트리밍을 원하면 만원 추가!' 같은 식으로요. (네트워크 자원을 더 사용하면 개선될 수 있기에 충분히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