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아에는 끝이 있다 May 27. 2024

학교는 틀리려고 다니는 거야.

틀릴까봐 자신이 없어서 손을 들어 발표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초등학교 1학년 첫 학부모 공개수업날이었다.

1학년이 된 아이의 첫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관했다.

8살 귀염둥이들이 부모님들 온다고 복도에 다글다글 거리면 자기 엄마를 찾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 중에 리번 거리는 우리 둘째의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보는 눈이 많으니 점잖은 엄마처럼, 그렇지만 사랑과 애정을 가득 담아 둘째를 불렀다.



우리 아들을 손을 들고 발표를 하지 않았다.


"지블리!!!!" 하고 말하며 꽈악 안아주니, 아이가 부끄러운 듯, 학교에 엄마가 있는 상황이 어색한 듯 슬쩍 참듯이 웃었다.

베테랑 선생님의 지휘에 발맞춰 수업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소소한 발표와 꺄르르 웃음소리 같은 것들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수업 소감을 말하고 싶은 친구들은 손을 들으라고 말씀하셨다.

자발적이고 똘똘한 모습을 보고 싶어 우리 아들만 지켜봤지만,

우리 아들은 여기 저기 눈치만 볼 뿐 결국 손을 들지 않았다.


엄마, 그런데 마지막 발표를 못했어, 왜냐면 내가 틀릴까봐.


수업을 마치고, 아들이 엄마를 배웅해줬다.

안아주면서 오늘 엄마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려줬다.

"지블리~ 엄마는 오늘 40분 내내 지블리를 바라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지블리가 그린 엄마 그림을 볼 때는 지블리가 엄마를 그렸을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더 감동이었어."

"엄마, 그런데 마지막에 발표를 못했어. 왜냐면, 내가 틀릴까봐."

발표 하지 않았음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할까 하다가, 대견함만 남기고 아쉬움은 삼켰던 터라서, 아들의 말이 반가웠다.

뭐라고 말해야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면서도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입을 열었다.


학교는 틀리려고 다니는 거야. 틀리는 건 자랑스럽고 당당한거야.


"발표를 못해도 괜찮아. 지환이 씩씩하게 앉아있는 모습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행복했어. 그리고, 이건 진짠데..."

"학교는 틀리려고 다니는 거야. 엄마가 학교를 16년이나 다녀봤는데, 이건 확실해. 틀려야 배우는거야. 다 알면 졸업해야지 학교를 왜 다니겠어? 틀리는 건 자랑스럽고 당당한거야."

"에~?"하는 모습으로 고개를 옆으로 꺾는 것을 보니, 학교 생활은 잘 해야만 한다는 생각과 다른 말에 납득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오늘부터 매일 말해줘야겠다.

"학교는 틀리려고 다니는 거야! 다 알면 학교 그만 가야지! 걱정말고 쿨하게 틀려도 돼~."

매거진의 이전글 잠 들기 전, 오늘도 수고한 아이에게 진심을 속삭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