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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바 Aug 18. 2022

내 새끼만 잘 키우려는 게 아니라면

교육에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저의 유년시절은 행복하지 않았고 학교가 싫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도 보여주고 싶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가 6살이니 학교 입학 전 1년 남짓한 시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홈스쿨링, 그중에서도 언스쿨링이 가장 끌립니다. 언스쿨링은 부모가 가르치기(Teaching)보다 아이가 주도하고 부모는 코칭(Coaching) 해주는 학습 방법인데, 제가 사는 방식과 잘 어울리고 부담 없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점찍어 두었습니다. 저는 늘 나다운 것은 무엇일까를 찾으며 살아왔는데, 교육도 자연스레 그리 흐르는 듯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늘숲마을공동체—네, 맞아요. 이름을 지었어요!—는 다양한 교육형태를 지지합니다. 공교육에서 작은학교 같은 대안을 시도해보려는 이들도 있고 저처럼 홈스쿨링을 해보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와 배우자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은 무엇일까 고민하면 할수록 어떤 형태의 교육을 지향하든 교육은 나 혼자, 우리 가정만 잘되서는 아무 소용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기회부터 소수만 접근할 수 있는 옵션 같은 느낌입니다. 교육문제는 아이들의 인권문제이기도 한데, 그런 것 치고 아니 그래서 그런지 참 조용합니다. 학원과 학습지 광고는 눈에 띄는 어디든 걸려있고 뿌려져 있는데, 아이들이 자유롭게 살도록 하자는 전단지는 안 보입니다. 인터넷에서 홈스쿨링 커뮤니티를 찾아볼 생각으로 검색을 해봐도 죄다 학습지, 교구 이야기뿐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불안해진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는 광고들이 휘황찬란하게 번쩍입니다.


저는 아들러가 말하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공헌감이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말을 믿습니다. 그래서 오지랖 넓게 내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좋은 교육관을 소수만 안다는 건 너무 아까운데 싶다가도 내가 하면 얼마나 할 수 있다고, 내 애들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며 망설입니다. 가진 게 없어 뭔가를 시작하려면 많은 걸 포기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재는 겁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삶에서 대안을 찾아갔던 외로웠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알려주는 사람도 물어볼 사람도 없이 ‘꼭 이렇게 살아야 할까?’ 고민했던 그 시절의 저와 같이 누군가도 지금 그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갑갑해졌습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책에만 의존해 길을 찾는 과정이 험난했기에 저는 늘 누군가 스승이나 멘토 같은 사람이 나타나 주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곤 했거든요. 그리고 그런 존재가 나타났을 때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힘이 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글쓰고 사진찍는 일입니다. 기록을 해두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목을 축이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깊이 있는 통찰을 드릴 순 없을지 몰라도, 초보라서 이로운 점도 있습니다. 예전에 중학생을 상대로 머핀 만들기 강의를 하러 갔었는데 아이들이 계란을 어떻게 깨는지 모르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저 나이에는 계란을 못 깼던 것 같은데, 나는 왜 당연히 아이들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건지. 이런 걸 지식의 저주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정보를 다른 이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설명을 생략하고 행동하는 걸 말합니다. 그날 아이들에게 계란 깨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준 후 달콤한 머핀을 성공적으로 구워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시간이 흘러 제가 아는 정보가 많아지면 아마 이런 실수를 할 테니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초보자의 마음이 어떤지, 배경지식은 얼마나 있는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마침 내가 초보자이니 나의 교육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인지, 뭐가 두렵고 불안한지, 궁금한 점은 무엇인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 칼럼 쓰기, 대안교육.대안적 삶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 다큐멘터리 촬영 같은 것들을 해볼 수 있겠지요. 날이 갈수록 콘텐츠가 깊이 있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다른 것만큼 중요한 것은 만든 콘텐츠들을 공유하고 후원을 받는 일입니다. 공동체가 운영될 만큼의 수익을 내는 일은 이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저 혼자 꾸려본, 모든 새끼를 잘 키우자는 원대한 목표에 대한 소박한 계획입니다.

정기 영화상영: 교육에 관한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EBS에서 만든 <학교란 무엇인가?>는 책 읽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기적으로 늘숲마을 쉼터에서 무료로 진행하고 누구나 와서 볼 수 있습니다.

늘숲인문학교: 한 달에 2번 일상학교와 콜라보로 독서모임을 진행합니다. ‘대안학교’란 없고 ‘교육에서의 대안’이 있을 뿐이라며 우리 자신, 우리 삶 자체가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민들레 현병호 발행인의 말처럼 늘숲인문학교에서는 교육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로 공부합니다.

뉴스레터: 격주 금요일 늘숲마을공동체 뉴스레터를 발송합니다. 공동체 소식, 인터뷰, 모임 정보가 실려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료는 월 1만 원(공동체 운영비로 사용됩니다)

후원회원: 월 2만 원(공동체 운영비로 사용됩니다), 늘숲인문학교 참가가 무상 지원됩니다.

다큐멘터리 제작: 재밌을 것 같아요.



이 활동은 운동입니다. 교육운동이자 삶을 찾는 운동이지요. 늘숲마을공동체에 이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제안할 때 조금 긴장했습니다. 지난 대화에서 어떻게 공동체를 운영해나갈 것인지를 논할 때, ‘애쓰지 않음’에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다들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보니 육아의 고단함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아늑한 공동체가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최근에도 바깥에 전염병이 돌아 아이들을 2주동안 집에 데리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녹록치 않던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자라고 우리도 자랄 겁니다. 여유가 생기고 애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 모르지요. 과학자이자 명상 전문가인 존 카밧진은 "균형을 잡는 일은 끊임없이 변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도 끊임없이 변하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겠지요. 지금의 애쓰지 않음도 좋습니다. 그리고 언젠가의 애씀도 환영할 겁니다.


경주 황성공원에서 내려다본 늘숲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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