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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바 Aug 10. 2022

두 번째 대화 - 경주 교육공동체를 도모하다

일상학교 정한신 선생님과 길벗 공부모임 김대훈 선생님을 모시고 경주에서 두 번째 대화를 가졌다. 은선과 나 그리고 혜린이 함께 했다. 첫 번째 대화를 나눈 후 당장 그다음 주라도 다시 만나고 싶었지만 여름휴가가 끼어 있어 3주가 다지나서야 마주 앉았다. 다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진행을 맡아주신 한신 선생님께서 그동안 공동체에 관해 어떤 생각들이 오고 갔는지 질문하며 모임을 시작하셨다.



첫 번째 대화에서 우리가 추구할 가치를 이야기할 때는 막연하고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세 명의 엄마들의 생각에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두 번째는 달랐다.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얘기하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갈렸다. 대화 나누기, 우쿨렐레 연주하기, 그림책 읽어주기. 세 명의 사람이니 세 가지로 나뉘는 건 당연하다. 관심사도 각자 처한 상황도 환경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왜 대화 나누기를 원할까? 목적 없는 수다 떨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물론 수다도 적절히 필요하지만). 대화는 연찬(硏鑽)이 되어야 한다. 사전적 정의는 ‘학문 따위를 깊이 연구함’, 내가 원하는 것은 ‘나를 깊이 연구함’이다. 일본의 애즈원 스즈카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둘러앉아 ‘정말은 무엇일까?’를 찾아가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내가 등산을 가고 싶은데 남편이 반대해서 화가 난다라고 했을 때, 남편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해서 불행해하고 단정 짓기보다 ’왜 화가 나는가?’ ‘왜 등산을 가고 싶은가?’ 묻기 시작하면 내 안에 숨은 욕구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나타난다. 나는 그런 대화를 원한다. 하고 싶은 게 세 방향으로 나뉜 지금도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우쿨렐레 연주하기, 그림책 읽어주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떤 배경과 상황과 개인적인 이유를 담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하고 싶은 것이  방향으로 나뉘었다고 말했지만 나는 마음 같아서는 전부 하고 싶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과 역량,  시작한 불안정한 시스템 안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모든 활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우선순위 1,2위는 관계 형성, 가치 공유이다. 관계 형성은 서로를 사랑하겠다 결심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랑 무엇인지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화하고 공부하며 알아가는 것은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다. 나는   가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 공동체라는 형식 아래 모였으니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교육이란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는 법을 알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대상이 아이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알고 보면 우리 어른들 중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자란 이가 얼마나 될까. 나는 어른들도 교육 공동체가 돌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는 법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부모를 모델로 삼고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니 이것은 일타쌍피가 아닌가.

사랑을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대화(연찬)하고 공부하며 시작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관계가 무르익으면 갈등을 이겨내기도 쉬우며 새로울 것 없이 늘 가는 공원을 함께 산책하고 앉아 샌드위치만 먹어도 가슴 가득 충만함이 차오를 것이다.

대화와 공부를 우선으로 두고, 여유가 된다면 각자가 원하는 걸 한 두 개 시도해봐도 좋겠다. 한 달에 8번 정도 본다고 가정하면 4번(주 1회)은 대화하고 2번은 공부하고 1번은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1번은 그림책 읽어주기를 하는 식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듯이 엄마들이 해보고 싶은 일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공동체가 할 수 있다.



대훈 선생님께서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다녀온 수련회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어찌나 재밌어 보이던지. 제법 자란 아이들이(같이 간 아이는 중학생) ‘나의 인생’이라는 발표를 하며 서로 영감을 받는 경험과 아이들이 저들끼리 미국 여행을 갔던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언젠가 함께 해볼 수 있겠다 생각하니 그때까지 이 공동체를 잘 유지해 나가야겠다, 간절함이 더해졌다. 은선이 제안한 창립파티도 꼭 하면 좋겠다. 가족과 이웃들을 초대하여 우리가 시도하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티는 늘 즐거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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