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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바 Jul 16. 2022

나는 남편에게 실컷 놀아라 말했다

아빠를 사랑하는 마을

아이들이 태어나고 제가 바란 게 있다면 딱 두 개, 건강하기를, 그리고 책을 좋아하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책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길을 찾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지요.

지금 6살 4살인 두 아이는 책 읽기를 아주 즐거워합니다. 시끌벅적 뛰놀다 갑자기 조용해져서 쳐다보면 땅바닥이나 소파에 걸터앉아 책에 집중하고 있지요. 근래에는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면서 즐거워하더군요.

저는 책을 많이 사주지도 못했고, 하루 종일 책을 읽어준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을까 생각해보면 하나 떠오르긴 합니다. 제가 책을 정말 사랑하거든요. 매일 책을 곁에 쌓아두고 틈만 나면 읽습니다. 아마 아이들은 제 모습을 많이 닮은 거겠다 생각합니다. 엄마가 뭘 저렇게 열심히 보나, 뭔가 재밌는 게 있나 보다! 하고 말이지요.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과 같아서 본 대로 자랍니다. 롤모델이기도 하지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면 부모들이 잘 살면 됩니다. 간단해 보이나요?

얼마 전 지인과의 대화에서 아이의 아빠인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아내와 대화하던 중에 갑자기 화가 나더라는 겁니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자립심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말에 아빠인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이 모순으로 느껴졌다면서요.

맞아요. 그런 식으로는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귀로 듣는 가르침과 눈으로 보는 현실 간의 괴리를 느끼겠지요. 혼란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순서가 잘못된 것 같네요. "아이들을 잘 키우자"가 먼저가 아니라 "부모를 잘 자라게 하자"가 먼저 아닐까요.


최근 남편과 저는 빵집의 운영일을 나흘에서 사흘로 줄였습니다. 어린아이들을 기르고 있다 보니 남편이 쉴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체력적인 부침도 중요했지만 저는 남편에게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한 답을 자발적으로 찾을 수 있는 시간 말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과 같이요.

이때는 공부해라 책 읽어라 운동 좀 해라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일단은 실컷 놀고 실컷 쉬어라고 말해주어야지요. 이제껏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릇을 하느라 많이 지쳤을 테니까요. 쉬어도 괜찮다. 놀아도 괜찮다 이야기해주어야 합니다. 아빠이기 이전에, 남편이기 이전에 아직 많이 못 놀아본, 자유가 뭔지 사랑이 뭔지 아직 모르는 아이가 이 사람의 속에 있는 겁니다. 그럼 탐구하게 해 주세요. 스스로 찾아내도록 지켜봐 주세요.


<자라나는 아빠 클럽>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아빠들이 들어오는 건 아니고, 엄마들이 함께 하는 곳이 될 겁니다. 아빠가 쉬려면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겠지요. 이때 엄마들이 함께 아이를 본다거나 아빠를 지켜보기 위해 엄마들이 단단해질 필요가 있고 그런 연습을 하는 모임으로요. 자라나는 아빠 클럽은 아빠 사랑하기를 실천하는 모임이 되겠네요.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우선 나를 사랑하는 일부터 해봅니다. 차근차근하면 돼요. 나를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해 봅니다. 순차적으로 관심을 쏟는 것 같지만 우리 모두는 보고 들으며 함께 하고 있어요.

잘 안 된다면, 어떻게 사랑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면, <자라나는 아빠 클럽>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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