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보람 Mar 17. 2023

결혼식은 장소가 7할이다.

장소 선택이 중요한 이유


결혼식은 장소가 70% 이상을 결정한다.



식의 진행 형태와 시간, 분위기, 하객의 규모와 식사 방법 등이 모두 식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보통 결혼식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식장을 예약하는 일이다. 인기가 많은 곳은 1년 전부터 예약이 마감된다고 한다.




나에게 결혼식이란 서로의 가족들을 소개하고 인사하는 자리였고, 그 장소가 결혼식장일 필요는 없었다. 하객분들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이런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직계 가족, 가까운 친척들만 모여도 수십 명이니 이 인원이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를 하려면 꽤 큰 장소가 필요했다. 몇몇 큰 식당이나 돌잔치 장소를 알아보았지만 분위기가 아쉽거나 식사가 결혼식장만큼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알아보다가 파티, 돌잔치, 결혼식장으로 쓰이는 2층 단독주택을 발견했다. 3월 1일에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니 돌잔치를 진행하고 있었고, 성수기인 9월 - 10월에도 몇몇 날짜들이 남아있었다. 수용 가능한 최대 인원은 200명 정도이니 예식장보다는 훨씬 적었지만 우리에겐 충분했다.



| 이 공간의 장점

1. 생화가 아닌 조화를 사용할 수 있다.

2. 마당의 지붕을 열 수 있어서 야외 결혼식의 느낌을 낼 수 있다.

3. 가격이 합리적이다.

4. 하루에 두 팀만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하게(3시간) 사용할 수 있다.

*보통의 결혼식장은 40분 내에 하객 사진 촬영까지 마쳐야 해서 예식은 20분 내외로 진행한다.



| 이 공간의 단점

1. 주차장이 식장과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2. 하객들이 1층, 2층으로 나누어 앉아야 하고 무대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

3. 화장실이 2칸뿐이다.

4. 지하철역에서 도보 7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일반적인 결혼식장에 없는 장점들을 가진 공간이었기 때문에 몇 가지 단점들은 (하객 분들께 죄송하지만)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한 번의 결혼식을 위해 수많은 꽃을 꺾어 장식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었는데 이곳에서는 조화를 적극 추천해 주셔서 마음이 편했다.



상담을 마치고 내 마음은 이미 이곳으로 기울었지만 애인이 알아봐 두었던 스몰웨딩 공간이 있어서 그곳도 상담을 받아보았다. 아담한 마당이 있는 낭만적이고 심플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언덕을 올라야 하는 위치에, 주차장도 더 멀고 가격도 훨씬 비쌌다. 결혼식을 하는데 이런 비용이 들다니. 역시 스몰웨딩은 부자들이 하는 건가.



더 볼 것 없이 처음 상담을 받았던 곳으로 계약을 했고, 다행히 큰 의사결정을 쉽게 마쳤다.




돌아보니 첫 단계에서부터 일반적인 커플과는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예식장이 아닌 곳에서의 결혼식. 어쩌면 결혼식장에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쉽다. 모든 것이 편리하게 준비되어 있고, 하객들에게도 익숙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곰곰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얼마큼의 하객을 초대하고 싶은지, 어떤 콘텐츠로 행사를 채우고 싶은지, 어둡고 엄숙한 분위기와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 결혼식장이 아닌 곳을 선택했을 때의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지 등.



결론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우리의 계획보다 훨씬 많은 하객들이 오시는 바람에 곤란한 선택이 되어버렸지만.








덧.

요즘 결혼식장(및 행사장 등)을 이야기할 때 '베뉴(venue)'라는 영어 표현을 사용하던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냥 영어로 말하고 싶은 걸까.














작가의 이전글 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