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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Mar 14. 2023

프로젝트 안암(安岩)

#20. 화요일


1. 화요일


  지난 반년동안 화요일은 쉬는 날이었다.

나와 동갑내기 직원 둘이 버틴 시간이 그 정도.

골골대기 바빴던 우리 둘 다 화요일 오픈은 꿈도 못 꿨는데, 이제야 꿈이라도 꿔볼 수 있게 되어 3월 14일 부로 화요일도 영업을 한다.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오랜만에 텅 빈 가게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다 보니, 혼자 가게에 앉아 이것저것 정리하던 때가 생각나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주변 어른들은 이틀 쉬는 건 배가 불렀다는 듯 이야기하지만, 직원을 뽑지 못해 휴일을 늘려가는 가게가 생각보다 많다. 이번에 우리 역시 많은 것들을 감수하고 다음으로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구인을 했고, 덕분에 살 떨린다.

생존을 위해 화요일 영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2. 사랑을 전달하는 방식


 그 사이 달라진 점이 또 있다면 포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중간의 준비시간을 2시간에서 한 시간으로 줄이고, 주말 쉬는 시간을 없앴다는 것.

손님들에게 포장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진 모르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식사를 마칠 때쯤 떠오르는 얼굴이 있는 표정으로 "포장 가능한가요?"를 물어보신다. "~~ 가 좋아하겠다."라는 말도 담아서.

지금까진 우리의 질(Quality)을 지키기 위한 양(Quantitiy)의 유지를 위해 포장을 하지 않았지만, 손님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포장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

물론 포기할 수 있는 것의 마지노선이 존재하므로, 비조리로만 포장을 준비한다.

우리의 음식을 매개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얼마나 멋진 음식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소소한 행복을 챙긴다.

 

뭐, 그런 손님이 있는가 하면.






3. 음식점 아니고 그냥 마케팅 집입니다.


아, 저 단호함이 너무 멋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리뷰.

해석이 다양해서 즐겁다. 부정적 리뷰라고 해석하는 게 맞겠지만 변태 같은 내 성격이 받아들이고 해석되는 방식이 너무너무 다양하다. 음식 외적인 것의 뛰어남에 끌렸다는 말이기도, 남들이 좋아해서 와봤더니 자기 입엔 안 맞다는 이야기이기도, 그리고 입에 안 맞는 것-> 마케팅 집이라는 논리 구조 역시 너무 즐겁다. 그리고 저 단호함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저렇게까지 확신할 수 있는 삶이라니. 아니, 게다가 저 마케팅 집이라는 판단에 담겨있는 의미는 우리가 마케팅에 장점이 있단 이야긴데, 포지셔닝에 신경 쓴 것 외엔 뭘 하질 않았다.

(마케팅 비용이라곤 잡코리아 밖에 안 쓴다.) 근데 우리가 그냥 마케팅 집이라고????

그건 또 그거대로 행복한 해석이다.

마케팅에 정말 써보고 싶은 방문 후기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주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낚시성 콘텐츠로 될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 꼭 방법을 찾아 쓰고 말 테다.


4. 어쨌거나, 중요한 건 우리의 생존.


  가게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잘되는 가게 대부분이 생존을 위한 발버둥일 때가 많다는 것.

점점 비대해지는 F&B 회사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 중 시나브로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생각은 어째 불안함의 크기가 회사의 규모 같다 는 생각. 얼마나 팔아야 불안하지 않을까? 하고 드는 생각은, 작게는 날씨나 집회 같은 것에 휘둘리는 매출에, 점점 늘어나는 고정비에, 크게는 줄어드는 미래 세대 = 작아지는 시장이라는 생각에 불안함을 내려놓기가 참 힘들다. 우리가 정말 돈을 벌고 있는 걸까? "돈 번다"는 가게들, 어떤 구조로 누가 돈을 벌고 있는 걸까? 항상 생존을 고민한다. 간혹,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짝 틀어진 가치관이 우리를 가져다 둘 곳에 대해 생각한다.  그 달라진 0.1도의 가치관의 10년 후는 분명 내가 생각한 곳이 아닐 텐데, 그곳이 우리와 손님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곳이라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는 항상 그 경계에 서있다.

발버둥 쳐본다. 나와 우리 팀원들의 미래가 덜 불안해질 방법은 없겠지만, 덜 불행할 방법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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