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3년의 2분의 1
올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직원을 더 뽑았다는 것. 우리 직원은 현재 점장님 포함 3명.
그리고 직원처럼 일해주는 오전 아르바이트와, 자기 일처럼 해주는 주말 아르바이트 2명이 있다.
제일 오래된 직원인 점장님이 다음 달에 1년인데, 그게 참 가슴 아프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가게가 2년 되었는데 제일 오래된 직원이 곧 1년이라는 게, 내가 사장이 되는 과정에 겪은 시행착오에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 또 그 1년을 온 힘을 다해 버텨 준 직원의 몸상태에도 가슴이 저린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 그 업무의 강도를 줄일 수 없으나, 또 그 파이를 늘리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되는 모든 상황을 나눠지게 되는, 그 결정권자로서 모른척하거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알아서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는 동료들이 있어 더 마음이 아프다.
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런 결정들을 하게 될까.
언젠가 그 모든 것을 보상할 수 있는 사장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사실 그 간절함을 이뤄내기에 유리한 포지션에 있지 않다. 몸을 웅크리고 싶은 경제의 흐름이 느껴진다.
자영업자는 이런 순간마다 최전방에 설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에 존재하는 모든 시장은 더 큰 조직의 자본에 영향을 받기에, 국가나 기업의 위축이 지속되면 소속된 소비객체 역시 영향을 받고, 그 소비객체가 돈을 쓸 수 있는 시장 역시 제약이 생긴다. 그래서 출렁하고 시장이 움츠러들면 가장 외벽에 서있는 자영업자들은 한파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최근 손님의 흐름이 어떻냐면, 직장인 손님이 줄었다. 계절에 따라 줄고 있는 관광객들은 둘째 치고, 직장인 점심매출이 많이 빠졌다.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 직원들은 월말에 보이지 않다가, 월초가 돼서 법인카드 결제가 가능해지고서야 나타나는, 지역화폐 지원이 끊기고 나선 제로페이 결제도 분명히 줄어들었다. 부자감세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진 않지만, 기업이 위축될수록 내수시장이 얼어붙는 건 분명하게 느낀다. 재료값은 8% 정도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인건비 역시 규모대비 11% 정도 높은 상태.
팔고 팔아도 적자에 가까워지는 이상한 상황이다. 전기세도 한번 더 오를 예정이라 사실은 두 달 전에 가격이 올랐어야 맞다. 코로나 때는 그래도 사장님들 만나서 대화해 보면 죽겠다곤 해도 버텨 볼 방법을 찾았는데, 이제는 다른 사장님들 만나기가 좀 무섭다. 그나마 되는 것 같아 보이는 우리 가게도 죽겠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는 대화를 자꾸 지속하는 것도 딱히 좋아 보이진 않는다. 대출은 받을 엄두가 안 난다. 은행에서 매달 이율 올랐다고 문자 온다. 그 속이야 들여다보면 비슷할지 몰라도, 자산을 균등하게 분배한 것 같은 은행만 손해를 안 보는 것 같아 보인다. 이율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그 강제성이 참 부럽다. 기준금리 운운하면 설득할 필요조차 없이 달라는 대로 줘야 하니 말이다. 뭐 아무튼 매출은 현상유지가 다 인 데다 심지어 내게 불리한 계절인데, 지출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쉽지 않다.
자영업자들은 말한다. 2월은 그래서 잘 안되고, 3월은 그래서 좀 힘들고, 4월은 한강이 그렇고, 5월은 가정의 달이라 돈쓸데가 많고. 아, 안될 이유 정말 많다.
현상 해석과 관찰, 방향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시장을 냉정하게 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근데 꽤 많은 사람들이 무당처럼 말한다. 어디가 잘 안 된대? 그럴 줄 알았다. 우는 소리 할 거면 하지 말았어야지. 애플이나 삼성이 망해도 그럴 줄 알았을 게 분명한 사람들 꽤 있다.
잘 안되기 시작한 이유, 전문가도, 비전문가도 하나씩 다 알고 있다.
그 사이에도 남의 기업을 비판하지 않는 경영자들이 있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비축했던 창고를 열여야 할 순간과 그때를 위해 비축해야 할 시기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 그 모든 과정을 버텨낸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 그 방향으로 살아왔기에, 그리고 그 답이 모든 순간의 해답이 아닌 걸 알기에 겪은 상황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답을 찾는다.
고작 2년도 안된 이 가게도 겪은 흐름을 그 언젠가를 위해 면면히 기록해 본다.
그게 4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답이 될 진 모르지만, 그 시기에 맞는 답을 찾기 위해 반보라도 앞으로 나갈 방법을 찾는다.
태풍이 오면 웅크리고 있는 게 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내리는 비가 태풍인지, 소나기인지 구분하는 건 경험해 본 사람들뿐이다.
비 오면 옷이 젖는다고? 맞다. 근데 그렇게 바보같이 옷 젖어본 사람들이 비가 유해한 지, 무해한 지 이해하고, 우산을 만들고, 장화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그럼에도, 그런 상황이기에, 우리는 또 작게나마 새로운 것들을 하려고 한다.
안암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들을 알리기 위한 작업을 우리도 역시 한다. "광고"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좀 어려운 비용소비라, 나는 메시지 전달 관점에서 지속하는 편이다. 한동안 새로운 것이나, 하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전달할 여유가 없어 지속하지 못했던 활동이 몇 가지 있다.
이를테면 포장에 대한 프로세스와 패키징을 정리한 후, 포장 시작했다!!! 하는 거 말고.
우리는 포장을 준비하면서 이런 것들에 신경을 썼습니다. 이러 이런 부분들에 불편한 게 있을 것 같아 시작하지 못했지만, 해소한 건 이런 것들이 있어요! 하는 것. 저녁메뉴 합니다!! 이거 말고, 국밥은 이런 식으로 해석해서 이렇게 만들었다는 걸 전달하면서, 이런 식으로 해석한 음식이 여기 또 있습니다. 하고 전달하거나, 또 제육!!! 하는 게 아니라 제육은 이런 메뉸데~ 샐러드처럼 드실 수 있게 준비한 음식이라 재미있죠? 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래서 우리한텐 이런 걸 기대해 주시고, 그 기대를 가지고 북촌에 들르면 생각나겠지 하고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이다.
지정된 마켓에 지속적으로 무엇인가 행하는 것을 마케팅이라 이해한다.
당장의 효과를 요구하는 그런 거 말고, 누적시킬 수 있는 것, 인식시키는 것, 인식된 어떤 느낌을 떠올리게 하는 것. 그 인식을 경험할 플랫폼을 운영하고, 그 경험을 큐레이팅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마켓에서부터 브랜드로 이어지는 ing이다. 그래서 나는 마케팅을 메시지로 이해한다. 내 타깃에게 어떤 스피커를 활용하여 어떻게 할 말을 전달할 것인가. 우리가 사람 사이에 메시지로 전달할 말과 직접 만나서 전달할 말, 그리고 사람을 통해 전달할 말을 구분하듯, 그 효과를 예상하듯, 그를 통해 만들어진 나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이미지와 다른 본성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들은 것과 다르지 않은 안암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
가능한 생산자 관점이 아닌 소비자 경험측면에서. 이론으로나 알고 있던 것들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단 사실에 스스로를 숨김없이 기특하게 생각한다. 나는 발렌어스를 운영하면서 참 잘 망했다. 안암을 시작할 수 있어서 같은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 과정을 남김없이 흡수했다. 나는 발렌어스의 좋은 제품들을 전달할 방법이 없어 고생했고, 소비자 인지에 대해 훈련해야 했던 것들을 적은 손해로 체득경험했다. 안암은 그런 면에서, 또 브랜드로서 발렌어스보다 한 발짝 앞에 나섰다. 발렌어스가 없었다면 할 수 있던 일일까. 나는 조금 더 나은 방법으로 안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안암과 다르지 않기 위해서. 안암은, 나를 분명히 더 나아지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