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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May 16. 2023

프로젝트 안암(安岩)

#24. 식(食)의 가치  

몇 번인가 이야기했듯 한식에 대한 고민과 그 결론, 과정이 안암에 담겨있다. 

https://brunch.co.kr/@sobeggun/119

무엇을 한식이라 하는가? 

꽈리고추, 마늘잼, 항정살 구이

그 고민은 어떤 업종에 종사하든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지속해 온 본질에 대한 고민과, 근본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하다. 



그중 꺼내어 공유한 바 없는 가치관의 일치가 있을 때가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이 쌓이면서 가지게 되는 기준이나 가치관을 공통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고, 아 저 친구 좀 치네,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뭐 이번 사례랑은 좀 다르지만 내 주변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본질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가 이다. 

(설령 가장 별로라고 생각하는 주제를 가진 사람 역시 본질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사람은 티가 난다.

단지 상황의 우선순위가 다를 뿐이다.)

한식이 우리의 본질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나중에 하더라도, 안암의 고민과 방향성에 대해 마치 내 생각과 말과 같다 싶은 기사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몸담았던 스와니예의 준솊이 그와 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겠는가.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143070  


기사 내용을 발췌했으나, 내가 했던 한식이란 무엇일까 했던 고민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 


진지하게 접근하자면 이런 부분이 있다. 소비자(시장)는 좋은 재료와 좋은 기술에 필요성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그 시장은 왜 아직 성립하지 않았는가? 그건 소비자가 모르기 때문인가, 필요 없기 때문인가? 내가 느끼는 한식이 저렴한 이유, 한식이 가성비의 최전선에 서있는 가장 큰 이유는 친밀도가 문제이고, 그렇기에 가성비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 전반에 좋은 것의 개념은 가성비의 개념보다 확연하게 도드라져 보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약간의 차이를 인지하는 소비자를 위한 니치 마켓은 등장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 와중에 경쟁해야 하는 트렌드 시장(빵, 일본식) 보다 눈에 띄게 뛰어난 퀄리티로 대적하지 않고는 어렵기에, 그 나름의 이윤 문제도 등장한다. 


소비자 인식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시장이 선택하는 것은 사실 시장을 선도하는 그룹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게 있기에, 실제로는 자본이 선택한 시장이 소비자가 선택한 시장이 되겠지만, 그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되는 것 역시 마켓 ing의 개념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 그에 따라 점유율이 높은 가성비라는 기준이 친숙한 한식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 것 역시 사회가 선택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재료와 숙련된 기술로 재료를 대하고, 그 차이를 끊임없이 주장하는 요리사들이 존재해야만 하는 건, 식의 가치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면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소개하고, 이게 왜 좋은지 소개하고, 이런 논리를 가진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걸 끊임없이 알리면서, 가성비 시장과 분리해나가야 한다. 가성비 시장의 존재가 틀렸다는 게 아니다. 선택의 폭을 늘리기 위해, 그 과정의 최전방에 서있는 사람들이 있다. 더 좋은 것을 더 높은 금액을 내고 먹을 수도 있다고,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암은 대중음식에서 그 가치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음식점 중 하나이고, 국밥이라는 소울푸드가 가진 이미지를 지키면서 좋은 것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시도 중이다. 

우리는 이 가성비가 모든 기준의 정점에 있지 않은 가치 시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만약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인지, 필요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가장 작은 집단이다. "익숙하지만 특별한"이라는 문장이 가진 의미가 그렇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지면서도, 맛있다는 개념에 대한 다각화를 통해 소비자가 가진 맛의 기준과 가치관을 세분화하는 것. 그게 우리가 가려는 방향이기도 하다. 

식의 가치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생명을 이어가는 수단 이상의 가치를 쌓아가는 건 우리 전문가들이 할 일이 아닐까. 

누차 이야기 하듯 나는 이 음식들을 한식의 범주에 넣고 싶진 않다. 

안암을 찾는 손님들이 생각할 것은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면 좋겠고, 나는 그 주장을 당당히 할 수 있게 색깔을 드러내면 좋겠으며, 그 방향이 한식의 범주를 넓혀가는 최전선이길 바란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요리사에게 한식을 정의하는 방식은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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