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화자오(花椒)
사천 후추. 마라탕에 들어가는 마자오, 화자오 중 산초로 구분되는 마자오와 화피라고 불리는 화자오.
그 중 화자오는 중국, 특히 사천지역에서 마라(Málà/麻辣, meaning numbing and spicy) 맛을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향신료다. 마라탕이나 훠궈를 맛본 사람들이 경험해 본 공기랑 접촉한 혀에서 느껴지는 신맛의 주인인데, 산미라고 표현하기에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어 그렇게 표현하진 않지만, 산미 특유의 다른 맛과 풍미를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화자오를 적당량 첨가하면 원재료들의 맛이 풍부해지는 역할을 한다.
해서 화자오를 테이블마다 배치했다.(11/24) 자주 오시는 분들 위주로 테스트를 끝내고, 일반 손님들을 대상으로 확인해보는 중인데 명확한 맛의 차이를 느끼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분명히 맛이 뚜렷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으면 하고 바래본다.
사업자등록을 할 때 업종과 업태를 정하게 된다. 한식인지, 양식인지, 중식인지 등 세금을 내는 방식을 정하는 모양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인식이다. 내가 하는 것은 한식인가? 사업자 등록을 할 때 내 머릿속에 구현되어 있는 음식의 모습은 "국밥"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있지만 "한식"이라고 부르자니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처음엔 김치조차 서비스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식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해야 한다.
한식이란 무엇인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섭취하던 음식이 한식인가? 한민족이라면 북한의 음식 역시 한식인가? 이북 음식을 논외로 한다면 남한의 전통적 양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한식인가? "전통적인"의 기준이 시간이라고 하면, 조선의 음식이 전통인가? 그 역사의 기준은 무엇인가? 치킨이 100년이 지나면 우리 음식인가? 유교전통에서 벗어나면 한식이 아닌가? 한때 신토불이가 유행했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자라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 한식인가? 이제 와선 국내산, 국산 논란이 의미 없을 정도로 외래종이 풍부하게 자라는 국내에서 어떤 기준으로 한식을 규정할 것인가?
최근 마카롱이 뚱카롱이 되는 과정을 받아들이는 밈을 보면서, 약간 정의가 되었다.
(설령 칠레산 순대와 호주산 소고기로 만든다 하더라도) 국밥은 한식이다.
앞서 던진 질문들과는 별개로, 소울푸드라고 불릴만한 것들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한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돼지고기 육수에 토렴 된 밥과 육수를 제공한다. 그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은 소위 양식으로 표현되는, 그 중 Contemporary Cusine에서 사용하는 국적이 중요하지 않은 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Sous-vide, Blended mixed herb oil, Pressuer cooked etc.. ), 고수와 화자오 등의 아시아 향신채, 향신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돼지고기의 국적은 스페인이며, 김치는 국내산이다.
대부분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그 역할의 입장이 전부 차이가 있을 때가 있다. 음식이 한식인가를 규정하는 것이 그러한데, 사장으로서 우리 음식은 한식이다. 사업자등록이 그러하고, 주변 상권에서 우리의 생존 형태가 그러하며, 소비자가 인식하길 바라는 방향이 그렇다.
요리사의 입장에선 한식이 아니다. 재료준비의 형태, 개념, 조리 과학적 접근 형태, 문제 해결 과정 전부 기존 한식 주방의 모습을 띄고 있지 않으며, 한식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용어 역시 대부분이 영어로 구성되어 있다.
마케터의 입장에서 이 음식이 한식이여선 불리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의 인식에서 한식은 조금 불리하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불러와 비평하기 쉽다. 비싸다거나 자고로 국밥이란~ 하시는 분들 전부 이 경우에 속한다. 한식은 좀 더 쉽게 비평하거나 판단하게 된다. 잘 안다고 생각하니까.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인지하게 만들기도,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획자로서 안암의 음식은 한식의 이미지를 취하되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양식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미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담 삼아 하는말이지만 자고로 국밥이란~ 하는 말을 들을때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이럴 줄 알았다.) Contemporary Pork consomme with steamed rice라고 할걸 그랬다(안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보수적인 한국의 외식업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낯설어도 익숙해야 한다는 것.
한식이지만 이거 한식인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국적에 국한되지 않게 필요한 맛과 향에 따라 재료를 선택하고, 외식업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카테고리를 넓히다 보면 언젠가 소비자들도 4가지 기준으로만 (한식, 양식, 중식, 일식) 구분 지어 음식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지 않을까. 그런 소소한 포부.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음식이 국밥이라 하더라도 필요하면 버터를 쓸 수도 있고, 치즈를 쓸 수 있다.
한식인가? 사람들이 우리 음식이 한식이라고 인식하면 그때 우리 음식은 한식이다.
내게 이 음식은 한식인가? 그렇기도, 아니기도 하다. 안암은 그런 음식을 할 예정이다.
사고의 틀을 만들지 않는 것. 음식이든, 사람이든.
그게 안암을 기획한 사람에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