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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Nov 16. 2022

프로젝트 안암(安岩)

#15. 화



요즘은 정말 화가 자주 난다. 난다기보단 쌓여 있다.

속에 그득한 불같은 마음이 주체 안될 때가 많다.


답답함이 응어리가 진다. 내가 하지 않은 것들에 오해가 낳은 억울함, 이해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의 이해 못 할 행동, 이해를 구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계속되는 가치 폄훼.

이유가 "그냥~"인 경우, "자고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납득하려고 시도하거나, 감당하다 보면 속이 항상 꽉 차있다.

가을 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북촌에, 줄지어 서있는 손님들 중 누군가가 나나 우리 직원에게 해를 끼칠까 항상 긴장되어 있는 상태 거나, 상처받지 않기 위해 손님들에게 가까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을 비워낼 수 있을까,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무례함에 상처받을 일도 없을 텐데, 나는 하루에 수백 명이 들르는 이 가게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 아닌가?


고마운 손님들이 훨씬 많음에도, 나는 초조하거나 불만이 가득할 때가 많다.

알지 못하면서 하는 말들을 비워내지 못해 생기는 상처, 우리의 노동력에 대한 폄훼가 당연한 사람들에 대한 상처, 책임지지 못할 것들에 대해 뱉는 말들이 싫어 상세히 남겨둔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에 상처, 노쇼(NO-Show)에 대한 상처.


괜찮아야 하는 것들이 매일 아물기 전에 상처를 낸다. 그러다 보면 상처 근처만 와도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손을 잘라내야 손에 통증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듯 판단력이 흐릿해지기도 한다.

장사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이던 음식점들이, 사장님이 직접 오랜 시간 서비스하던 가게들이 사장님의 몸상태 때문에 문을 닫는 것들이 이해가 안 되었던 그 기억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원인을 찾아야 하는 성향이라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는 그동안 꽤 잘해왔기에 관심 있던 손님들의 방문에서 대중들의 방문으로 이어졌고, 그중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범주 내에서 아는 것을 해석하는 게 익숙한 분들이 가진 기대치와 맞지 않는 대기시간, 국밥이라는 카테고리에 어긋나는 음식의 형태, 깔끔하다는 말로 포장된 깊은 맛 부재(?) 등의 이유로 폄훼가 시작된다.


선배들이 가까이하지 말라고 한 것들은 전부 차츰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나의 호의가 상처로 돌아오는 순간,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직원에게 받는 상처, 손님에게 받는 상처, 그리고 월초에 가벼운 통장이 초조한 월말까지 애가 타들어가기도 하는 그 모든 순간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고 있었구나. 선배들은 이미 그 과정 속에 있었고,  다들 상처를 치료할 시간은 없는 채로 버티고 서있구나. 그래서 다들 사장이면서 사장하지 말라고 한 거구나.


서비스직에 누적되는 감정 트라우마들이 있다. 그래서 되도록 서비스는 내가 한다.

오픈하기 전 언젠가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가장 큰 목표 중 한 가지는

우리 직원들의 심리상담을 지원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드는 것.

이 감정을 나만 겪을까. 언젠가 힘듬을 토로하는 우리 직원들이 더 건강한 마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길


그러기 위해서 나는 더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이 상처를 잘 가리던, 아물게 할 방법을 찾던 해야 한다.


좋은 건 나눠 갖고, 안 좋은 건 나에게서 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힘 내보자.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공은 멈출 수 없다. 방향을 잘 잡는 수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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