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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May 11. 2023

프로젝트 안암(安岩)

#23. 게으른 사장 놈의 계획이 진행되기 위해선 메뉴도 필요하다. 

안암이라는 가게의 상호에 구태여 국밥을 붙이지 않은 이유는, 원하지 않는 이미지로 포지셔닝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했으나, 국밥이라는 메뉴에 국한되는 음식점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같은 말 같아도 차이가 있는데, 어떤 차이냐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요리사적 욕심을 내포하는가 아닌가. 


우리  브랜딩은 간판을 안 달거나 메뉴를 하나로 줄여 시작하는 등 강하게 인식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 왔다. 이년 남짓이 지난 지금은 알고 있는 사람에게 재인식시키기 위해 간판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메뉴를 시작하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 집중했던 부분은 저 공간은 뭘까? 란 생각을 하게 하여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시간인 지난 지금 경계하는 부분은 난 저기 다 알아, 그래서 안 가도 돼, 하는 것. 


일찍부터 시작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여러 가지 음식들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의 협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고, 또 우리가 좀 더 창의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확장성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거기 발맞춰 진행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여러 과정에는 우리가 국밥집의 설계에 맞춰져 한계가 있는 안암의 구성에서 벗어난 음식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역시 동료였고, 2년 남짓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 가능성이 생겨 시작하게 되었다. 



1. 제육


제육은 냉면 집에 있는 삶은 돼지고기에서 따왔다. 

저 육(저 팔계 할 때 그 저)이라는 표현에서 출발했다는데, 대다수의 냉면집 육수의 근본이 소다 보니 육수를 낸 고기를 먹는 것보다 고기를 위해 삶은 고기를 먹는 게 좋다 하여 제육을 우선적으로 주문하게 된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이 메뉴가 포지셔닝된 곳이 "가벼움"이다.


안암의 제육은 하절기 메뉴다. 그리고 메뉴의 개발 방식은 "타코"나 월남쌈의 개념에서 접근했다. 

잘 삶은 미박 등심에 샬롯 샐러드, 그리고 라임을 뿌려 먹으면 레몬그라스 향과 함께 가벼운 샐러드의 느낌으로 곁들이기에 좋다. 음식의 밸런스가 샐러드에 가깝게 잡혀있어 국밥과 함께 먹기 부담이 없다.

해서 붉은 제육볶음을 생각하고 주문한 남성 손님들이 디쉬를 접했을 때 아차 싶은 아찔한 표정을 가감 없이 확인할 수 있다.  문 열고 초반에 보던 표정을 오랜만에 보고 있다. 

시간이 그렇게 지나고 이런 주제의 국밥을 종종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남아있는 그 표정들이 흥미롭다. 



2. 항정살 구이 


저녁메뉴는 코스메뉴를 구상하고 있었다. 

헌데 단일메뉴 국밥집으로 포지셔닝된 안암이 코스메뉴를 시작한다고 누가 먹으러 오겠나 싶은 의구심을 해결하지 못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과 소비자가 소비하고 싶은 것은 항상 일치하진 않는다. 

그래서 일단은 안주메뉴부터 차곡차곡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돼지고기를 중점으로 하는 국밥집이므로, 다른 메뉴들을 시작하기 전에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해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구이로 해석할 수 있는 부위 중 기름이 고르게 있어 향을 입히기 좋은 게 항정살이다. 


 

애쉬오일에 콩피 한 대파, 튀긴 우엉, 마늘잼, 꽈리고추 그리고 항정살


다이닝 출신이다 보니 접시 하나에 담긴 재료에 명분이 없는 건 아무래도 참을 수 없다.

그 나름의 밸런스가 지켜질 수 있도록 가니쉬들의 구상을 잡았고, 처음 시작하는 디쉬라 본질적인 것에 집중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뿌리에 가까운 재료들로 구상을 한다는 생각으로 흙 색의 접시에 담은 것도 있고, 

또 그 한 접시에 향미를 통일시켜 구운 향을 중점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고, 지금 우리 가게에 있는 어떤 음식보다 무겁다-의 느낌에 가까울 수 있게 준비했다.  내부 반응은 좋은 편인데 계속할 수 있을진 모른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 편이라 고민이 깊다. 

그래도 뭐,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해야지. 

저녁메뉴는 자주 바뀔 예정. 


3. 튀김


곁들여 먹을 메뉴로 튀김도 준비 중이다. 


그 또한 혼자 낄낄대고 재밌다고 생각하고 하고 있긴 한데, 

다들 재미있어할까...??? 


아무래도 한 접시가 가진 밸런스에 집중을 하다 보니 식감, 향미, 맛이 느껴지는 위치 등 그 나름의 생각이 많다. 본질적인 부분은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면 또다시 맛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 나름의 결론이 스스로 나 있으면서도 고민이 깊다.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 우리가 하려는 것들을. 나는 처음 생각했던대로 우리가 숙지한 다이닝의 기술을 대중음식에 접목시켜 인식하게 하는 것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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