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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Jul 12. 2023

프로젝트 안암(安岩)

#28. 환경변화, 환경변화, 적응과 생존. 

매 년 경고하던 기상변화에 대해 무뎌졌던 것은 언제부터일까. 

올해 날씨 진짜 이상한 것 같아 라는 말을 한 게 6년을 채운 것 같다. 

시간이 빠른 건지, 세상이 빨리 변하는 건지.

 

 한동안 시간이 있어도 글을 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포스팅하지 않았다. 

포스팅을 하지 않았을 뿐 사실 쓰지 않은 건 아니다. 장사가 잘되는 것도, 잘 안 되는 것도 그 변수가 너무 복합적이라 탓하기 어려움에도 그 순간순간 미운 감정을 배제하기가 참 어렵다. 누군가들을 탓하는 글밖에 안 나와서, 그 역시 최근 비수기 때문이겠지만 이상기후는 안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안될 이유 하나를 덧붙여주는 정도일까. 


현재 내가 생각하는 안암의 위기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북촌에 많이 생긴 음식점과 이젠 새롭게 느끼지 않는 안암의 시간, 원가 상승과 경기침체, 그리고 계절이 있다. 


시기 상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계절이겠다. 북촌의 비수기인 만큼 흥미롭게 느껴지는 전시가 큐레이팅되지 않는 점도, 북촌엔 그늘이 없다던 어떤 손님의 그 말도, 뜨거운 국밥을 떠올리지 못할 날씨도, 그리고 매주 비소식을 전하는 날씨 어플의 매정함도 북촌을 찾지 않게 만드는 그 모든 과정을 뚫고 올 손님이 썩 많지 않은 계절이기도 하다. 


시기에 걸맞게 엔드 코로나 이후 해외에서 돈을 쓰는 사람들, 그날을 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지갑에 돈차기 전에 은행에서 이자 빼가는 사람들, 또는 지갑을 채울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경기침체는 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대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무너질 예정이길래? 


경쟁업체가 많아지고, 상권의 특성 덕분에 소위 이곳저곳 짱 먹었다는 음식점들이 많이 들어온다. 

1호 점보다 돈을 많이 쓰고 들어오기에, 아주 반짝반짝한다. 

거기에 이게 현재 한국의 특성인지, 세계특성인지, 북촌의 특성인진 모르겠으나 빵집이 정말 많이 생겼다.

커피가 자리 잡을 때 예측가능한 시장이었든, 세대변화로 쌀 소비량이 줄었다고 했을 때 예측된 시장인지 모르겠지만, 상권이 반짝반짝 빛날수록 큰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그게 눈에 보인다. 


안암은 거인들 사이에서 시기를 잘 정했다는 생각을 하며 버틴다. 지금이라면 내가 생각한 기획을 시작할 기회나 있었을까 싶다. 그 시기를 기회로 생각한 건 참 잘했어. 스스로 칭찬하곤 버틸 이유를 하나 더 만든다.

이게 뭔데? 국밥집이라고? 하던 그 집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젠 여기 맛있어, 여기 맛있대, 아 여기가 안암이야?? 나 이거 봤어. 하고 말하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묘한 불안감은 아마도 시간이 흐른다는 걸 알아서겠지. 그 시점부터 아마 안암은 신선함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운 음식점이 된 지도 모른다. 

 

좋지 않은 점이라면, 전통이 있어 찾아가게 되기엔 너무 연차가 안 쌓였고, 새로 생겼대서 가보기엔 오래된 애매한 포지션.

좋은 점이라면, 이젠 안암이 슬며시 새로 생기는 가게들에 대한 맛의 기준점이 되기도 하는, 그런. 

어쨌거나,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던 오픈 빨은 끝난 듯하고, 그 후의 실력을 검증받아야 하는 그런 입장?


자영업을 하며 매번 지금 순간이 가장 힘든 순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러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차곡차곡해나가고 있는데 경기침체를 깨달아버리면 참으로 힘들어진다. 

물론 이런 순간을 위해 자금을 모아뒀었지만, 그렇게 모아둔 자금을 사용하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고민해 보면 실제로 자영업이 돈을 버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돈은 번다고 해석하는 게 아니다. 그게 최근 몇 년 내 생각이다.)


코로나 이후로 찾아온 경기침체는,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아직 시작 조차 하지 않았다는 그 경기침체는, 몇 달째 떠들썩하지만 시작도 안 했다는 그 경기침체는, 자영업자에겐 약 반년 전부터 어 이거 좀 이상한데 싶었고, 4개월 전부턴 2년간 기록해 온 데이터를 면밀히 복기해도 납득이 불가능했으며, 2개월 전부턴 큰일 났다 싶은 마음이 커졌다. 

가볍게 생각하면, 이제야 상권 자체를 제대로 분석이 가능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했는데 다른 변수가 등장한 거지 뭐. 


결국, 가격 인상


팔면 적자인 상황이니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사실은 4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다. 

비수기와 가게 내부의 변화가 함께 시작되는 바람에 모른척하기 편했을 뿐. 

이런 시기에 가격을 올린다는 게 사실 얼마나 겁나는 일인지. 

올 사람들이 안 오게 되는 것과, 그 와중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가격만 달라진 음식으로 대접하는 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지. 천 원이 뭐라고. 

미안한 감정이 왜 드는지도 생각해 봤다. 분명 성격 탓이다.

나는 유도리는 있지만 융통성은 없는 편이다. 

그저 내가 단어를 이미지화했을 때 다를 뿐, 무슨 차이인지 사실 모르겠다.  

굳이 설명하자면 유도리는 문제해결에 필요한 일머리, 지혜같이 느껴진다.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방식이랄까. 

융통성은 윤리적이라거나, 가치관, 자존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정해둔 선을 넘을 때 적당히 모른 척하는 명분 같달까. 그래서 유도리는 있었으면 좋겠고, 융통성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구태여 여기저기 가격 인상에 대해 글을 남겼다. 

네이버도, 인스타그램에도 여러 번, 구글과 들여다보지 않는 다음에도 글을 남겼다. 

분명 가격 인상 글을 보고 안 오는 분들이 계시겠지. 

올까 싶은 마음에 눌러보고 끄는 분들의 한 30% 정도 되지 않을까. 


적당한 유도리로 은근슬쩍 가격인상을 알리는 게 지혜로운 걸 텐데,
 융통성이 선을 넘어버릴까 싶은 생각이 더 크게 느껴지면 단호박 먹고 단호박이 돼버린다. 
그런 거 보면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3개월째 매 달, 수백만 원의 적자를 본다. 

이런 때를 위해 준비해 둔 운영자금을 까먹는다. 

아마 누가 운영해도 진작 올렸으면 올렸지 안 올렸을 것 같지가 않다. 

비즈니스는 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런데 막상 운영해 보면, 그 생명줄 같은 숫자놀음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이 가게 운영하는 것에 필요하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형의 가치들이 있다. 누가 내게 기분으로 장사하냐 하면, 그러면 안 되겠지.

하나 내가 무게로 느끼는 나라는 사람이 가진 인생의 가치라는 게 있다. 가치관 말고, 나 스스로 정한 나라는 사람의 무게.


나라는 사람이 조심스레 온 힘을 다해 연 이 가게에 고 생스레 발품 팔아 찾아와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곤 수고롭게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말을 꼭 전달하던 손님들을 보면, 그 한 번의 발걸음을 한 번이라도 주저하게 할 결정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천 원의 가치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 천 원이 내 인생의 무게 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싶은 게 내가 지정한 내 삶의 무게다. 

내 삶의 무게는 신뢰라고 이름 짓고 싶다.
잘 버티고 있으면, 잘 설득해 나가면 시간이 한참 흘러 누군가는 나를 아, 저 친구가 저랬다면 모르긴 몰라도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하고, 생각해 주는 삶을 사는 내가 되길.

 

그래서 내게 기분으로 장사하냐 묻는다면, 기분 탓이지 않은가. 

같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누군가에겐 즐거운 것도, 즐겁지 않은 것도.

버텨보자. 지금이 설령 가장 최악의 시간은 아니라도, 이보다 좋은 순간은 틀림없이 올 테니까.


아, 그렇다고 이 시기가 꼭 좋지 않은 건 아닌 게, 나는 봤거든.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와이프가 여기서 밥을 너무 잘 먹어서 아이 낳고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이랑 같이 온 가족이 내게 웃으며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거.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노 키즈 존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정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과, 이 아이도 언젠가의 나처럼 아빠 손 잡고 해장국 사러 가던 나처럼, 그 어느 날엔가 이 가게를 오게 만들게 하고 싶다, 그때까지 잘 있는 음식점이 되고 싶다 하는 욕심도 생겼다. 내 인생은 한아름 가득 차고 있어. 
나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그것만큼은 분명하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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