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버텨내는 힘
최근의 안암은 창업 후 목표로 했던 매출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다.
날 포함해 정규직이라 부를만한 사람이 3인이 전부인 데다, 주말에 4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더해 말도 안 되는 매출을 내다보니 이런저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리해 보자면
대중음식은 기본적으로 회전율이 중요하다.
100명이란 숫자는 분명 많은 인원이지만, 120인분을 팔아야 하는 가게에서 100인분을 팔면 적자다.
그렇다면 100인분 이상 팔면 되는 가게에서 200인분을 판다면 남는 100인분치는 사장이 가져갈까?
아니다. 재료비는 판매량에 비례하게 올라가고, 인건비는 고정된 값 이상으로 올라간다.
100인분 팔던 곳에서 사람을 한 명 뽑으면, 170인분을 팔아야 되는 가게가 된다.
그렇게 새로 사람을 뽑으면 기존 직원의 일이 쉬워지는가? 절대 아니다.
새로 온 직원을 교육하고, 그 직원의 적응을 돕다 다시 나가면 다시 도돌이표처럼 과정을 거쳐야 하며, 기존의 작업은 지속해야 한다.
그렇기에 과한 노동은 대중음식에서 예견된 일이다.
그걸 조절하는 방법은 한 가지, 음식값을 상대적으로 높게 받는 방법뿐이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일일 순 없다. 가격에 맞는 가치창출을 하려면 기술자가 필요하다.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쉽고 잘되는 일? 나한테만 쉬울리가 없는데 생존이 가능할까?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런 과정을 함께 이겨내는 직원들이 생긴다.
다양한 디테일들을 사장이 처리하는 동안, 시스템을 유지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안암에서 그 역할을 잘해줬던 직원의 몸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다.
나랑 동갑인데다, 같이 산전수전을 겪고 있는 그가 겪을 고통이 여실히 받아들여지고, 이해가 된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으려고 꽤 많은 노력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소비되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업무시간을 줄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2년이 넘도록 제대로 동료를 못구하는 내 무능력함에 몸서리가 쳐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운좋게도 물리적으로 필요한 만큼 주말엔 아르바이트 생을 늘렸다.
다행히 일을 잘하는 친구들이 들어왔지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다각화되다 보니 누군가 처리했어야 할 일들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모두가 누군가가 했을 거라 생각하는 일의 공백이 체크가 안 되는 경우. 이를테면 음식이 나간 줄 알았는데 안 나갔다거나, 웨이팅리스트 관리에 차질이 생기는 등의 문제들이 생긴다.
대게 의사소통에서 생기는 문제라 여러 가지로 해결방안을 찾고 있지만, 한 명만 놓쳐도 문제로 이어지니 쉽지는 않다. 수백 명 중 한 번이래도 잘못은 잘못이다.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자꾸 찾으려 하고, 그런 일이 있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죄송한 마음은 어쩔 수 없고, 그 감정들을 보상할 방법이 없다는 게 더욱 마음 쓰인다.
3개월 연속으로 적자였던 안암은 이제야 적자를 벗어났지만, 물리적으로 한계에 다 달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업일수는 줄었지만 일은 늘었고, 나는 쉬는 날도 나와서 재료준비를 하는 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야 내 가게니 어떻게든 버티지만 직원에겐 안 그래도 힘든 일에 정신까지 피폐해질 수밖에.
누구에게도 이렇게 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물며 이유가 손으로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직원들은 오죽하겠나. 이 시기가 언젠간 끝날 거라는 걸 나는 알기에 잠깐만 참자, 조금만 더 버티자 생각하면서 하지만, 며칠 전엔 수명을 쓰고 있는 기분이네 하고 혼자 생각했던 그 말이 우리 직원의 입으로 나오는 걸 보면서 아, 이거 욕심이구나. 우리 지금 과부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의 어쩔 수 없음과, 미안한 감정을 전부 끌어안고 균형을 맞춰야 조금이라도 앞으로 갈 수 있다.
혼자서 갈 수 없는 길을 함께라 그나마 이렇게 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내년을 위해 모아둬야 할 돈을 불안하지만 동료들과 나눈다.
동료라고 불렀던 만큼 내 몫은 나눠야 한다. 그렇게 나눌 예정에 있고 다음 달은 이렇게 일하지 않기로 했다. 적당한 일의 양은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고 이번달처럼 매 달 일할 순 없다.
조금씩 수정하면서 방법을 찾는다. 누가 뭐라든 버텨나갈 뿐이다.
장사가 잘되도, 안돼도, 무엇인가 변한대도 버텨야만 한다.
바람이 세면 웅크리고, 물이 차면 따뜻해지길 기다리기도 해야 하지만, 사장한테 그럴 기회는 없다.
차면 찬대로, 세면 센 대로 나아갈 방법을 찾는 것 밖엔, 내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대도, 이 점들을 억척같이 이어가서 꼭 선으로 만들고 말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