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미슐랭(michelin) 가이드
몇 해 전 홍콩을 방문한 적 있습니다.
요리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선배가 제게 이런 말을 했거든요.
“파인 다이닝은 코스 음식이라 파인 다이닝인 게 아니야.
만드는 사람의 철학이나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그 장소를 파인 하게 만들지.
홍콩엔 길거리 음식으로 미슐랭 받은 곳도 있어.”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그런 음식이란 뭘까.
맛있는 것을 목표로 하니, 자연스레 미슐랭 가이드를 기준으로 여행 계획을 짜게 되었다.
그 경험이 좋았던 적도, 실망스러운 적도 있지만 이게 이 나라구나, 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미슐랭은,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에 기준이 되기도 했다.
요리사가 경험을 쌓는 과정에 자연스레 만나게 되는 것이 미슐랭 가이드다.
절박해지면 무엇이 잘하는 것인가에 기준이 필요하고, 그 성취를 위한 목표가 필요하고, 정점에 서있는 요리사들이 산전수전 다 겪은 군인들의 제복 끝에 달려있는 훈장처럼 명예롭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한 게 미슐랭이다.
그렇게 요리사로서 선망하던 미슐랭 가이드 서울에 안암이 2024년 부로 포함되었다.
(빕구르망이겠지만 선공개라 알 수 없다.)
홍콩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음식점처럼, 누군가에겐 서울에 대한 기억 중 한 켠을 안암이 기대해도 될지도 모르겠다. 서울의 내가 홍콩을 갈 때 설렜던 것처럼, 홍콩의 누군가가 서울에 올 때 설레는 일 중 한 가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자못 가슴이 설렌다.
때론 국밥 따위, 혹은 이 딴 게 국밥이냐 라는 비평을 받기도 하는 게 대중음식이지만,
잘 먹었다고 인사해 주시던 손님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역시 대중음식이다.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응원받은 기분이라 조금 힘이 난다.
안암은 앞으로도 익숙하지만 특별한 대중음식의 다양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거다.
이제 반보정도 나선 기분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 대부분의 경험에 좋은 기억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