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별 것 아닌 것.
비슷한 때 시작한 사장님들의 사업 확장을 보고 있으면, 아 참으로 담대하다.. 싶은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관심분야가 비슷하니 결은 비슷할 수 있지만, 그 마지막 결정을 하는 기준은 다른 모양이다.
미슐랭을 받고 여러 선택지가 제안되었을 때 우리의 선택은 성수 국수 팝업이었다.
비교적 간단한 이유로, 공사 기간 영업을 하지 않으니 다른 상권에 있는 손님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서.
그 후로 여러 연결고리가 있긴 했지만, 다른 사장님들처럼 과감히 결정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있는 그 나름의 기준이, 아마 나에게도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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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점을 내지 않는지 묻는 이들에게 여러 설명을 해봐야 다 똑같은 표정을 짓는다.
"?????"
심지어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도, 지인이라고 할 사람들도 꽤 쉽게 말한다.
"확장이 가능한 때가 있어. 놓치지 마."
"너네 음식 쉽잖아."
고개를 끄덕이는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 음식이 쉽다는 걸 이해한다.
내 주변사람들이 날 얼마나 운 좋게 보는지 알겠는 말을 듣는다.
쉽냐, 안 쉽냐.
쉽구나. 우리 음식.
쉬운가.. 그럼 왜 우린 사람을 그렇게 많이 써서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자잘하게 골머리 앓으면서 진행하는 나름의 엣지들은 다 쓸모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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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다 쓸모없다."
쉽게 듣는 말 중 한 가지. 나쁜 뜻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그렇지 않았다면 내지 못했을 성과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들을, 폄하하거나 내려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손님들이 상기할 수 있는 이미지를 다양하게 다각화해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내 생각이 잘못된 건가...
분명 그 엣지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어쩌면 과거까지 부여잡고 기억하고 있는 건 나뿐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다들 줄 선 손님들이 존재하는 지금의 우리가 익숙할 테다.
물론 확장엔 분명히 시기가 있다.
한 곳의 상권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손님의 총량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어차피 그 시장의 파이는 내가 안 먹어도 누군가 먹으니까.
그래서 다른 상권에서 또 우리를 소개할 기회를 만드는 게 맞다. 하지만.
안암은 안국 또는 북촌을 방문한 기억의 일부가 되고 싶다.
그날의 기억의 한편이 초록색 국밥인 걸로 충분하다 믿는 게 안암이었으니, 장사가 된다고 해서 분점을 내고 소비시키는 게 안암의 브랜드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떤 기억의 일부가 될 법한 상권이라면 분점을 낼 의사가 있다.
"너네 음식 쉽잖아."
고개를 끄덕이는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 음식이 쉽다는 걸 이해한다.
아무나 해도 될 것 같이 보이는 모양이다.
대중음식이 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다.
백종원 대표가 생글생글한 얼굴로 내공이 꽉 찬 이유도 알 법하다.
뭐 사업이 커지면 언젠간 그 말이 칭찬으로 들리는 날이 오겠지.
나는 소인배라, 그저 더 열심히, 더 열심히 살아서 우리 직원들이 상대 직원들보다 더 잘살게 해야겠단 생각만 들었다. 쉽게 하고, 더 잘사는 게 멋있잖아.
우리는 거절한 그 자리들에 들어간 내로라하는 잘 나가는 사장님들의 과감함을 본다.
한 번에 두-세 개씩 분점을 낼 수 있는 자본력과 실행력을 본다.
우리는 몇 년이나 걸린 일들을 순식간에 해내는 인프라와 재능, 자산을 본다.
내겐 없는, 그들은 그 다음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
내게 없는 그 혜안을 가질 때까지 안암은 분점을 내지 않는다.
어쩌면 직원들은 작은 그릇의 사장을 만나 아쉬울 지 모르겠다.
분명한 재미가 있다는 확신이 생길 때 까진, 안암의 분점은 없다.
미안하다.
안암이 마냥 소중해서일까. 나는 안암이 사랑받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이길 바란다.
종종 잘되서 너무 좋다는 가오픈 시절의 손님들의 재방문 피드백을 받거나
오픈 초기 부터 방문하신 손님들의 늘어난 직원과 만족도에 대한 리뷰를 받는다.
그들이 기억해준 엣지가 차곡 차곡 쌓여나가길, 나의 애틋한 가치관을 끝내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