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요리사 제품 제작 브랜드 발렌어스는 해외 주방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타겟을 찾아 시작한 브랜드였다.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덕분에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쌓았다. 그 와중에도 본업인 요리를 놓지 않았다. 현실적인 이유가 더 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만난 손님들이 내가 어떤 음식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브랜딩과 마케팅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본질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했고, 결국 내가 10년 남짓 경험을 쌓았던 주방이 내 본질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건 대중음식점에 찾아온 나를 닮은 손님들의 표정 덕분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내가 보낸 하루가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좋은 소비재가 되어준다. 제공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임대가 잔뜩 붙은 이 시기에 그 겁나는 과정을 시작한다. 남 얘기가 아닌 수많은 공실들에 겁을 잔뜩 먹지만, 그래도 시작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달라질 게 한 가지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겁이 나서 상상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 누구보다 잘나야만 할 수 있고, 누구보다 못낫기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의외로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일부는 나를 향할 수 있다고 믿는다. 클래식 프렌치를 베이스로 하는 내가 선택한 아이템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밥. 음식을 매개체로 나는 내 음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한다.
즐거워하는 손님들이 있는 그 가게가 나의 가게일 수 있다. 내 상상이 구체화되어 언젠가, 누군가 별것도 아닌 한 그릇에 하루가 괜찮아질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게 나의 가게라면, 그건 또 얼마나 멋진 일인가. 누군가 나의 가게를 방문한다는 계획만으로 설레어하는,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나의 음식점을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