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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Jul 31. 2021

프로젝트 안암(安岩)

#01. 나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나는 20대의 대부분을 주방에서 보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요리사 제품 제작 브랜드 발렌어스는 해외 주방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타겟을 찾아 시작한 브랜드였다.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덕분에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쌓았다. 그 와중에도 본업인 요리를 놓지 않았다. 현실적인 이유가 더 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만난 손님들이 내가 어떤 음식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가게에서 자주 먹던 곰탕



브랜딩과 마케팅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본질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했고, 결국 내가 10년 남짓 경험을 쌓았던 주방이 내 본질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건 대중음식점에 찾아온 나를 닮은 손님들의 표정 덕분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내가 보낸 하루가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좋은 소비재가 되어준다. 제공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그래서 이 어려운 시기에 장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임대가 잔뜩 붙은 이 시기에 그 겁나는 과정을 시작한다. 남 얘기가 아닌 수많은 공실들에 겁을 잔뜩 먹지만, 그래도 시작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달라질 게 한 가지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겁이 나서 상상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 누구보다 잘나야만 할 수 있고, 누구보다 못낫기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의외로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일부는 나를 향할 수 있다고 믿는다. 클래식 프렌치를 베이스로 하는 내가 선택한 아이템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밥. 음식을 매개체로 나는 내 음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한다. 


즐거워하는 손님들이 있는 그 가게가 나의 가게일 수 있다. 내 상상이 구체화되어 언젠가, 누군가 별것도 아닌 한 그릇에 하루가 괜찮아질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게 나의 가게라면, 그건 또 얼마나 멋진 일인가. 누군가 나의 가게를 방문한다는 계획만으로 설레어하는,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나의 음식점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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