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인장 Aug 02. 2021

프로젝트 안암(安岩)

#02. 나는 그곳에서 장사를 하기로 했다.

종로구 재동. 안국역에서 북촌을 올라가는 사거리에 있는 스페인 음식점.
녹색 문과 노란 벽을 가진 이곳은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경험한 사장님의 기억과 추억이 잔뜩 있는 공간이다. 나는 운 좋게도 그런 곳에서 장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20대 대부분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동네는(나는 군생활도 여기서 시작했다.)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엔 한복을 입은 관광객이 동네 주민보다 많았던 이 동네는 현재 사실 좋지 않은 형국이다. 

그럼에도 다운타우너, 노티드 도넛, 소금집, 어니언 등 많은 음식점들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세비야 테니스 클럽


다양한 장소를 조사했다. 


서울숲과 성수/서울대입구/숙대입구/판교/분당/연남/청담 등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고 시간대별 방문객들의 연령대를 확인했다. 지역별 검색량과 다양한 지역특색 등을 확인하여 기준을 만들었다.  몇몇 장소는 직장인 상권, 몇몇 장소는 관광상권, 몇몇 장소는 이유를 분석할 수 없는 상권이기도 했다. 


청담이나 성수, 압구정 같은 상권은 하루 포스팅량도 굉장하고, 누적 포스팅 수도 80만 건이 넘어간다. 

확실하게 핫한 상권들은 꾸준히 매출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고정비 역시 굉장하지만, 아무리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상권이 자연스레 만들어주는 매출이 있다. 


그렇다고 핫한 상권이 나에게도 유리하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 인적이 드문 상권들 역시 한때 핫했던 상권들이다. 현재의 포스팅량과 방문 인원수로만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나는 나 같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음식점을 원했고, 그 대단한 상권들은 내가 주로 방문하는 상권도 아니기에 끌리지 않았다. 현실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기준이 부합하는 장소를 찾아야 했다.


겁이 날 정도로 많은 매물이 나올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 상황들이 끝나진 않았다.
정말 괜찮을까 싶은 마음과 지금이 아니면 시작할 수 없다는 마음이 겹쳐 갈팡질팡하기도 했다.
결국 성수와 안국으로 좁혀졌고, 그 중 안국에 있는 가게를 얻게 되었다. 

동네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천장과, 생각하고 있는 느낌을 잘 살릴 것 같은 규모 역시 적합했다. 

모든 조건이 적합하진 않았지만 생각을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장님의 테니스 사랑이 느껴지는 따듯한 느낌의 가게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로젝트 안암(安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