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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Jan 03. 2023

넘지 말아야 할 선과 줄

[엄마공감에세이] 엄마는 말이야

 엄마는 네 표정만 봐도 다 안다.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으나, 엄마가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람 마음 읽기거든. 물론 늘 제대로 읽는 것은 아니야. 그러나 어제 너의 표정은 정말 백퍼센트 제대로 읽었다고 자부해. 너는 짜증이 났다.


 요즘의 너는 침대에 자주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더구나.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앞에 앉아 인강을 보더니만, 이제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정보 검색을 했다고........


 엄마는 다 안다. 정보 검색 따위는 핑계고, 친구들과 톡을 주고받았거나 친구 인스타그램 구경을 했겠지. 너는 아니라고 했지만 엄마는 다 알아. 참았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엄마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사실대로 말했고, 너는 아니라며 억울해했지. 물론 매우 짜증난 표정으로 말이야.


 엄마가 잘못한 것이 있어. 혹 네가 정말 친구들과 톡을 하고 인스타그램을 둘러보았더라도 네가 아니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굳이 엄마 추측이 맞지 않느냐고 되묻고 되물었어. 그럴 일이 아닌데 말이야.


 엄마는 왜 너와 관련된 문제 앞에서 유난히 유치해지고 집요해지는지 모르겠다. 혹자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지만, 네 입장으로는 짜증이 날거야. 알고 있어. 엄마도 엄마의 엄마한테 그런 감정 느꼈거든.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분명 엄마인 나도 너와 같이 15살인 적이 있었고 사춘기를 겪어서 어떤 마음 상태인지 아는데도 그냥 넘어가기가 힘들지 뭐야. 마치 엄마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것처럼 너는 적당히 짜증을 냈지만 결코 예의는 벗어나지 않더구나. 나 또한 너의 심경을 약간은 건드리지만 선은 넘지 않으려고 애썼단다. 그 아슬아슬한 선과 줄을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너와 나의 관계를 무너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단다.


 그런데 말이야. 엄마의 엄마를 관찰해보니 그 줄과 선은 지금도 여전하더구나. 엄마의 엄마는 70세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엄마가 쳐놓은 줄과 선을 넘을 듯 넘을 듯 결국은 넘지 않으시는 곡예사처럼 행동하시거든.


 비단, 엄마와 자식의 관계 뿐일까 싶다. 모든 사람들은 관계를 맺어가는데, 서로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최대한 선을 넘지 않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또 들어주며 살아가더구나.


 엄마가 무슨 말 하는지 너도 알고 있지? 15살의 나이지만, 너 또한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그 속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면 선을 넘지 않고 안전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느꼈을거야.


 아들아, 엄마와 아들의 관계도 마찬가지야. 수 많은 인간관계 중 하나인 인간관계지. 자아가 확립되는 시기인 사춘기를 맞이한 너와 그런 너에게 다시 적응해야 하는 엄마의 과도기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엄마 마음 속에 너는 아직도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로 인식되고 있거든. 이미 엄마보다 훌쩍 키가 커버린 너이지만 말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도 수많은 관계 속에서 긴장의 줄을 느끼고 집에 돌아올 나의 아들아. 엄마라도 그런 네게 조금은 느슨한 선과 줄이 되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래놓고, 과자 봉지가 널려 있는 네 방을 보며 엄마는 또 잔소리라는 것을 하지 않고 넘어갈 자신이 없다. 너를 위한 잔소리이지만 엄마를 위한 잔소리이기도 한 것이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네가 가장 잘 되길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오늘도 우리 건강한 선을 유지하며 건강한 대화를 해보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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