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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븟 Jan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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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다, 어떠한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떠오를 때가 있다.



커피콩을 자라도록 해 준 a

b 라는 햇볕, 토양, 비 등등의 자연의 도움

머나먼 곳에서 커피콩을 운반해오는 사람 c

d 는 커피콩을 볶는 사람

그런 기계를 발명한 사람 e

아, 커피콩을 발견해낸 최초의 인물  f

g 라는 그 이후에 누적된 기나긴 (커피의) 시간

한 잔의 커피를 완성하는 바리스타 h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 i

면적인 시각으로 나열한 탓에 생략되었을 이름 모를 사람들  j to z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불완전한 탓에 세상은 시끌벅적하지만 과도한 여유 탓에 동그란 커피 잔의 테두리 안으로 이름 모를 사람들로 쏙 들어올 때면, 이토록 완전한 순간이 또 있을까 하여 마음이 유연해진다. 








파스타를 만들며, (모두에게) 완전한 파스타는 과연 무엇인가 스스로 묻다 정녕 그런 게 있나 싶어 솔직히 심술이 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식집이 아니냐는 오해에도 힘차게 가게 문을 열고 첫 손님이 되어주신 분도, 손주와 함께 오셔서 도리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매번 남기며 세상에 멋진 어른이 계신다는 일을 알려주신 분도, 먹어 본 파스타 중에 제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너그러운 분도, 손이 모자라던 와중이었는데 슬그머니 테이블을 정리해주시던 고마운 커플도, 카운터로 다가와 '소븟'의 뜻을 묻고는 작은 손으로 단어를 수집해간 꼬마 손님도, 서툰 한국어로도 다정한 말씀을 건네주신 외국인 손님도, 즐겨 찾아주신 덕분에 친숙한 이름이 되어주신 분도, 정성스럽게 소븟을 기록해주시는 분도, 브런치와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새롭게 만난 분도, 언급이 되지 않아서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수줍게 소븟을 좋아해 주시는 분도 있어 왔다.   


다정했던 무수한 눈길과 손길과 발길 덕분에 불완전한 그것이 세상의 일부로 존재했구나,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자영업의 고질적인 문제에 부딪치는 둥, 초창기는 지났고 여겨질 때 즈음 코로나가 시작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둥, 크고 작은 우여곡절에도 제자리를 지킨 건 바통을 넘기며 이어달리기를 하듯 이어진 마음 씀씀이 덕분이기도 했다.

 

한 번쯤 글로 기록해두고 싶었고, 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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