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이 수제맥주를 런칭했다. '홍과옥조'라는 딸기 브랜드와 밀양시가 함께 지역특산물인 딸기를 이용해서 만든 딸기맥주 '알딸딸'이다. 런칭 소식과 함께 편의점에 맥주를 구매하러 돌아다니면서 진열된 맥주를 유심 있게 보고 있자니 생전 처음 보는 맥주들도 많았다. 과거 특정 브랜드의 맥주만 알고 있던 나는 아재가 되어버린 걸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국내에서도 '수제 맥주'가 다양하게 런칭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먼저 왜 수제맥주라 불리는 호칭이 궁금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手製(수제)', 제조의 기계화를 넘어서 인공지능이 시대의 흐름인데 과연 수제맥주는 무엇인가, 실제 사람이 만든다기보다는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을 '수제맥주'라 일컫는 것 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최초 양조장에서 수제로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다가 이를 유통사와 손을 잡으며 공장의 생산화로 하다 보니 수제맥주라는 어원이 붙었다는 소셜데이터를 종종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제적으로 '편의점 맥주', '이색 맥주'라고도 불리고 있으나 실제 언급량을 분석하니 수제맥주라 부름이 맞는 것 같다.
<출처 : 썸트렌드비즈 / 언급량 비교>
그렇다면 이 수제맥주는 무엇이고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소량 생산의 수제맥주는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기에 당연히 비싸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소셜데이터의 연관어는 어떠할까?
실제로 사람들의 생각은 그러했다. '수제 맥주'라는 키워드의 감성 연관어를 보자면 전반적으로 '비싸다', '특별하다'라는 글과 '유명하다', '좋은 곳' 등의 연관어로 이루었고 이를 압축하자면 '비싸지만 좋은 곳이나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 투자해서 먹는' 정도가 될 것이다.
<출처 : 썸트렌드비즈 / 감성 분석>
다만 데이터 중에 이해 안 가는 사항이 있다. '저렴하다', '저렴한 가격', '간단한'이라는 키워드가 왜 나왔을까? 양조장에 가고 분위기 있는 수제맥주를 기념일에 마시기에 가격이 비싸거나 높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그와 상반되는 저렴하다가 왜 나왔을까? 그건 바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편의점 4캔에 만원 정책이다. (이마저도 가격이 올랐다)
수제 맥주 회사들이 유통 및 판매처 확보, 자금난 등의 사유로 대형 유통사와 손을 잡았다. 물론 고객과 수제맥주 시장의 대폭적인 성장을 이룩(2020년 1180억 원의 규모로 성장하였으며 2018년 633억 원 대비 약 2배 이상의 규모가 성장)하였다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으나, 오로지 판매를 위한 가격 정책의 주도권이 없다 보니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수제 맥주라는 개성을 잃고 '그저 그런' 맥주들이 추가되고 있으며 실제로 '제주맥주' 등의 앞서 유행을 선보인 맥주들은 마이너스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이며 대한민국 시장에서의 수제맥주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수제맥주가 편의점 맥주라고 불린다.
이전에도 폭탄주라는 이름 하에 맥주 본연의 맛보다는 첨가제 요소보다 더욱이 치욕스러운 일이다.
또한 '편의점 맥주'라는 별명은 국내 수제 맥주의 가격을 망치고 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만드는 김창수 위스키가 인기다. 극소량을 만들지만 국내에서 순수하게 만드는 위스키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고 리셀 가격이 붙고 있으며(실제로 웃돈을 줘서라도 먹어보고 싶은데 보지도 못했다.) 대형 유통사를 통하지 않고 팝업 스토어 등을 통해 한정수량과 제작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마케팅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수제맥주의 짧은 영광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다.
버터맥주 등의 수제맥주가 이러한 시장을 다시 바로 잡으려 하지만, 소비자 인식을 변경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알딸딸을 비롯한 많은 맥주들이 비싸더라도 좋은 가치와 개성을 갖고 있는 맥주로 다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알딸딸 한잔을 마시며 알딸딸하게 글을 마친다. (열심히 지인의 제품을 홍보한 것 같기도 하고 아재 개그를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