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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Jun 18. 2021

회사들이 제 전공을 찾지 않아요. 어떡해요?

가끔 취업 관련 강의나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면 종종 받는 질문들이 있다. ‘회사에서 제 전공은 찾질 않는데, 저는 어떡해야 하죠?’, ‘취업을 하려면 반드시 경영학과, 기계공학과를 나와야만 가능한건가요?’, ‘저는 비인기 전공자이고, 채용 공고에서 찾는 전공을 보면 제 전공은 있질 않아요. 편입이라도 해야 할까요?’ 한 번 강의나 상담을 가면 최소 2번 이상은 받는 단골 질문들이다. 취업하려면 반드시 그 전공을 졸업해야 하고, 그 전공이 아니면 직장 생활이 불가한걸까?


Gettyimages 인용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알고 있듯 ‘No!!’이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회계담당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사담당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홍보 담당자. 일견 당연하게 보이고, 아주 자연스러우며, 보기에도 좋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반대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회계담당자, 경영학과를 나온 홍보담당자는 안되는걸까? 정말 안될까? 진짜 절대로 성립할 수 없는 조합일까?


다른 가정을 한 번 해보자. 만약 정치학과를 졸업한 자가 대기업 채용 전형 모집 전공에 대부분 제외되어 있어 그 해 대기업에 취업을 못하고, 졸업 이후 한 두 해 지나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로 겨우겨우 채용이 됐다고 생각해 보자. 취업 후 이 직원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 인사분야 전문가가 되었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은데, 이직이 될까? 앞서 말한 공식(?)에 따라 정치학을 전공한 IT담당자는 어색하고, 이상하지만, 중견 IT회사에서 개발자로 10여년을 일한 정치학 전공의 IT 전문가를 채용하는 일은 전혀 어색함이 없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는 대학 전공이 중요하지만,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는 전공보다 경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채용 기준이 바뀌는건가?


Gettyimages 인용


인사업무를 20년 가까이 하면서 채용에 전공 기준을 두는 것이 옳은가를 여러 번 생각해 봤었다. 물론, 연구원, 엔지니어 등 제법 높은 수준의 공학적 지식을 요하는 직무는 전공도 중요하지만, 지원 분야 직무를 하며 전문적인 전공 지식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심지어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는 있지도 않은 전공자가 버젓이 그 직무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그 팀의 팀장인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앞서 말한 정치학 전공자가 바로 필자다. 다만, 운좋게 필자는 대기업 공채 시,  법정계열로 가까스로 입사에 성공했으나, 몇 년 후 정치학과는 당 회사의 인사 신입사원 모집 전공에서 제외된 것을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같다.(내가 직장 생활을 잘못해서 선배들이 저런 애 앞으로는 채용하지 말자고 전공에서 제외했나??? ㅋㅋ)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대기업 인사팀장을 아무 문제 없이 여러해 수행하고 있고, 오히려 인력 시장에서 인정받고, 좋은 처우를 받으며 이직도 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아니한가?


물론, 앞선 글에서 말했듯 필자도 처음 회사에 적응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결핍이 자극이 되었고, 이를 악물고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 지금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사팀장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처음 입사해 전혀 접해본 적 없던 PPT를 교육을 통해 배우고, 객관적으로 남들보다 뒤쳐져 있음 자각하고 저녁 늦게까지 혼자 학습하며 익혔다. 경영학 전공자들은 인사관리 수업시간에 어설프게라도 인사 업무를 배웠지만, 인사관리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필자는 지식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일과 후에도 책을 읽고, 받은 제안서들을 공부하고, 작성해 보면서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했다. 이렇듯 결핍과 부족함은 사람을 더 강인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Gettyimages 인용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신입사원 채용 시, 정말 전공이 필수적인 요소일까를 생각해 보자. 필자가 Junior일 때는 선배가 해온 채용 공고를 그대로 비판 의식 없이 똑같이 적용했었고, 조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견 사원일 때는 업계의 관행과 그동안 해오던 타성에 젖어 그대로 했던 것같다. 이제 Senior가 되니 생각이 조금 바뀐다. 채용에 필요한 요소는 전공 보다 오히려 직무역량, 인성, 태도 같은 요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에도 인사 전문가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부분 이러한 의견에 공감은 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이런 관행을 바꾸거나 없애려 하지는 않는 것같다.


이로 인한 피해와 고민은 고스란히 취준생들의 몫인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릴적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그렇게 전공의 요소가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것같지도 않은데, 그 전공만을 고집하는 회사를 원망하기도 할 것이다. 시작은 다소 부족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Start Line이 조금 뒤에 있었다고 반드시 결승점에 늦게 도착하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상심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자기만의 길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 생각한다. 혹자는 ‘지금 당장 취업이 안되는데 무슨 배부른 소리야?’라고 할수도 있지만, 필자 주변에서 실제 사례들을 보면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잘 나가는 직무 전문가들이 취업 초반에 고전했다고 반드시 결과도 어려운 것은 아니니, 이런 결핍과 서러움을 잘 간직해 긍정적이고, 폭발적인 취업, 직무역량 개발 에너지로 전환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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