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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Feb 20. 2020

직장 선택의 기준

통계청 통계자료 인용

2019년 5월 통계청 조사 자료에 의하면 청년 실업자는 43만 7천명에 달하고, 청년 실업률*은 9.9%에 달한다. 지난 3, 4월 보다는 실업률이 다소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이는 아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청년 실업률 : 15세~29시의 경제활동 인구 중 실업자 비율


경기 침체, 실업률 상승, 청년 실업, 불황과 같은 단어들이 경제와 관련된 단어 중 최근 아주 Hot하게 떠오르고 있는 단어들이다. HR 분야에서 꽤 오래 종사해 온 필자로서는 청년 실업이 문제가 유독 신경에 거슬리는 단어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면 Spec도 뛰어나고, 실력도 출중한 젊은 이들이 대거 몰리는 모습을 보며 요즘 청년 실업이 정말 심각하구나 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정말 대한민국에 젊은이들이 취업하고자 하는 Position이 절대적으로 부족한걸까?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체 대학 졸업자 중, 4년제 대학 졸업자의 비율이 70% 이상된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White Collar로 일하고자 하는 기대 이익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러한 기대 이익은 본인 뿐 아니라, 부모님이나 애인, 친구들까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단순히 White Collar로 일하고 싶어서 취업을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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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아는 중견, 중소기업의 CEO들은 사람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고 하소연 한다. 뿐만 아니라, 어렵게 채용을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으로 이직을 위해 Spec을 쌓는 것이 보여 이 직원을 지속적으로 육성을 해야 할지, 이직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정(情)주지 말고 적당히 근로계약 관계로 일을 시키기만 해야 할지 Dilema에 빠진다고 한다.


취준생들이 종종 필자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끝까지 취업이 안되더라도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졸업할 때까지만 해보고 안되면 중소/중견기업에라도 입사를 해야 할지의 선택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개인의 성향, 능력에 따라 case by case로 다르다'고 지극히 고리타분한 답을 해주곤 한다.




정말 개개인별로 선택지에 따라 지향하는 목표가 다를까?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되었던 책인데(책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신입사원들의 직장생활을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책에 보면 Chapter 중 하나가 '대기업을 선택하라'였다. 그 책을 읽을 때, 이미 대기업에 다니고 있던 필자로서는 '그럼 난 선택을 잘한건가?'하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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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기업에서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보니, Salary Man으로 일할 생각이면 대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그 분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은 든다. 연봉이나 복지 뿐 아니라, 회사가 돌아가는 Mechanism, System 등을 큰 그림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눈 앞에 보이는 이익 보다 향후 먹거리를 고민하고, 찾아보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헌데, 작금의 시기에 나타나는 청년 실업의 문제는 대졸자 대다수가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고, 만약 대기업에 취업이 안된다면 자신의 역량에 맞는 중견, 중소기업에 지원하기 보다 놀면서 대기업 입사 재수, 삼수를 노린며 취업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필자가 몇 몇 취준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당연히 대기업에 들어가 좋은 처우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취업을 재수, 삼수하면서 백수로 지내면서까지 역량이 닿지 않는 대기업에만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들의 대답이 다소 놀랍기도 하고, 마음에 공감이 가기도 해 짠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그들의 말인즉, 자기의 생각도 문제가 있겠지만, 부모님의 기대, 친구들의 시선,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이런 것들이 본인을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게 한다는거다. 자기와 비슷한 Spec에, 같은 학교, 같은 전공을 졸업한 친구가 대기업에 입사한 상황이라면, 본인 뿐 아니라 주변의 시선 때문에라도 그 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 입사하기가 자존심 상하고, 힘들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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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이쯤되면 객관적으로 실업현상을 바라봐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짠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시험을 공부하다 도저히 안되서 포기하고, 부모님의 기대를 져버리며 취업을 한 청년이었던 필자의 비참했던 모습도 떠오르고, 나 혼자 낙오자, 패배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던 당시의 감정이 떠오르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취준생들을 무턱대고 비난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역량에 맞는 직장에 입사해서 회사를 대기업으로 키우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교과서적이고, 교훈적인 말을 하는 것 또한 공감 의식이 떨어지는, 무책임한 말인 것같아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이렇게 조언을 하는 필자 역시 결국은 제3자일 뿐이다. 만약에 필자가 그 입장이었다면 마음 아프고, 씁쓸하긴 하지만, 결국 내 역량에 맞추어 직장을 선택했을 것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것같다. 부모님께서 대기업에 한 번 더 도전해 보라 하고, 주변에서도 너는 1년만 더 취업을 준비하면 대기업에 취업이 될 것같다고 부추겨도 필자의 인생은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에 필자 스스로 판단해 자신의 역량을 가지고 취업할 수 있는 직장에서 일단 일을 시작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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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어떤 취준생은 자기 친구들은 다 대기업에 입사를 했는데, 본인만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해 그럴 바에야 아예 취업을 안 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런 발상은 너무 위험하고, 극단적이지 않느냐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데 어떠냐고 달래고 타이르기도 했었지만, 필자의 이런 노력 조차 당사자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취준생들에게 '인생은 길고, 앞으로는 100세 인생이 될 것이니, 현재는 아무 것도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앞으로 발휘하기 나름이니, 회사를 스스로 키워봐라'라는 틀에 박힌 독려는 사실 비현실적이고, 공감을 이끌어 내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런 말은 접어두겠다. 하지만, 단 한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건 있다. 자기가 살아가는 인생은 자기 것이고, 선택도,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 되지 않고, 될 것같지도 않은 결과에 매달리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 본인에게 맞는 커리어를 개발해 나갔으면 좋겠다. 부모님 말씀, 친척들의 비교 모두 감당해 내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최소 자기 스스로 주변 친구와 비교해 자기 인생에 대해 무책임하게 손 놓아버리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대기업 입사만 고집부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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