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
개봉/2016년
감독/맷 로스
출연/비고 모텐슨, 조지 맥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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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만났고, 그때도 지금처럼 만점을 줬더랬다. 평범한 삶을 비웃는 쿨한 괴짜영화가 아니었고, 무난하고 뻔한 성장영화는 더더욱 아니었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건 어떤 일일까. 대(代)를 잇는다는 명분과, 보통의 삶이라면 다 겪는 일이라는 통념의 차원을 제하면 무척이나 두렵고 떨리는 일임에 틀림없다.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어떤 행동이나 말이 백지상태의 타인에게 입력돼 누군가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가치관을 세우고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해본 적도 없는 게임을, 에스페란토어 자막으로, 그것도 세이브/로드도 허용하지 않는 하드코어한 규칙으로 플레이하는 느낌이 아닐까.
날 때부터 엄마 아빠인 사람은 없다. 그들도 지금이 처음이다. 자금의 양육 방식이, 교육 철학이 맞는 것인지 자신이 없다. 엄격하게 키우다가 애정 결핍이라도 생기면? 오냐오냐 하고 기르다 어긋나기라도 하면 어쩌지? 사춘기에는? 내 방식이 틀렸다는 걸 몇십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면 어떻게 하지?
영화는 말한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부모는 실수하고 오판하고 틀리고 고집부리고 화내고 상처주거나 상처받는 존재다. 그래서 영화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캡틴 판타스틱' 아버지에게 관객이 무작정 이입하는 상황을 경계한다. 부모의 신념은 꺾이고, 아이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완벽하리라 믿은 소우주는 아주 쉽게 금이 간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만큼은 아닐지라도, 부모 역시 성장한다. 이 영화가 빛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괴짜 공동체의 낯설고 색다른 삶이 아니라, 실패하고 무너지고 분열된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지를 비춘다. 이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선이 이 영화를 빛나게 한다.
좋은 영화다. 무겁지 않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저렴한 가격에 여기저기(네이버 N스토어 2000원, 올레TV 모바일 아마도 무료) 풀렸으니 감상을 권한다.
아래는 첫번째 감상의 짧게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