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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나니 찰리 Sep 27. 2019

인기? 더블로 가! 곽철용 전성시대

신사다운 젊은 친구들을 위한 명대사 활용법

[쉽게 읽는 서브컬처-75] "묻고 더블로 가!"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X끼야?" 싸늘하다. 익숙한 대사가 날아와 귀에 꽂힌다. 13년 만이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타짜'(2006)가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인기의 중심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곽철용이 있다.


중견 연기자 김응수(58)가 연기한 곽철용은 악역이자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명대사 지분율과 인상적인 연기로 영화 초·중반부를 견인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인기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네티즌들이 직접 만든 곽철용 영화 포스터와 정성스럽게 편집한 예고편, 심지어 그가 출연하는 가상의 광고 콘티에 이르기까지 곽철용을 패러디하는 밈(짤방)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타짜 1편의 진주인공은 곽철용'이라는 분석 글도 올라오기도 했다. 아이언드래곤(철용)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모든 것의 시작인 영화 `타짜`(2006)와 네티즌들이 직접 만든 가상의 영화 `곽철용` 포스터.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이 같은 곽철용 열풍을 두고 혹자는 중견 배우 김영철의 '사딸라 신드롬'에 비유할 정도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소속사도 얼떨떨하다. 김응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얼반웍스이엔티 관계자는 "하루에 전화가 100통씩 온다"면서 "곽철용 관련 매체 인터뷰, 광고, 화보 촬영, 행사 초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김응수 배우를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곽철용 신드롬의 시발점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9월 11일에 개봉한 타짜 영화화 세 번째 작품인 '타짜:원 아이드 잭'이 촉매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특히 타짜 3편이 어설픈 각색과 상투적인 전개로 평단과 관객의 혹평을 받으면서, 영화 1편과 곽철용이란 인물을 재발굴하는 움직임 역시 활발해졌다.

☞곽철용, 그는 누구인가

17세에 건달 생활을 시작해 조직의 정점에 올라선 인물. 회장님이라고 불린다. 사설 도박장부터 볼링장까지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사업 수완을 발휘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고니가 '천하의 곽철용이'라고 부를 정도로 업계에서의 위세가 대단하다. 평소에는 사업 운영에만 몰두하고 도박에는 박무석 등 부하를 동원하지만, 큰 도박판의 경우 직접 선수로 뛰기도 한다. 단골 술집에서 일하는 화란을 사모한다. 이때 화란에게 자신이 '적금 붓는 보험 드는' 정상적인 삶을 사노라고 강조한다. 달건이, 즉 깡패지만 나름 '신사다움'을 강조한다. 자신에게 망신을 안겨준 고니의 실력을 알아보고 함께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할 정도로 사업가다운 용인술도 보여준다.


전국구 타짜인 아귀와 친분이 깊은 편이다. 고니가 아귀를 만나기 위해 곽철용에게 접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곽철용의 죽음 이후 아귀는 '죽은 곽철용이가 느그 아버지냐 복수한다고 지X들을 하게?'라고 말하면서도 그의 복수를 위해 도박판을 벌린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 만화에서는 '칠성파 두목' 곽칠성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은주라는 인물을 흠모한다. 영화 속 화란은 원작의 은주와 화류계 여성인 화란을 합친 캐릭터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정정당당을 강조하는 인물이라 투견장에서 고니에게 50만환을 잃은 상황에서도 '자주 놀러오게'라고 인사를 건넨다.

원작 만화 '타짜 1부'에 등장하는 곽칠성.

☞곽철용의 명대사들
※ 대사의 맛을 살리기 위해 발음대로 표기했음을 밝힌다.

스틸컷 사진만 보고도 대사가 떠오른다면 당신도 훌륭한 타짜 마니아다. /사진출처=CJ엔터테인먼트

"돈이라는 게 말이야 독기가 쎄거든."
불법 도박장에서 고니와 처음 만났을 때 한 대사다. 비교적 영화 초반에 등장한 대사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은행대출 조기상환 때 활용해보자.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어느 상황에서든 쓸 수 있는 전천후 대사. 선을 넘는 손아랫사람에게 점잖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때 적합하다. 남성용 스킨로션 광고 캐치프레이즈로 어울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신사들의 스킨 ○○스킨!'

"나도 적금 붓고 보험 들고 살고 그런다."
불확실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재무적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지향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대사.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정상적인 삶'을 어필할 수 있다. 보다 전문적인 느낌을 내고 싶다면 '나도 배당주·채권형 펀드 투자로 보수적 수익 추구하고 살고 그런다'라고 말해보자(매일경제 재테크 지면 참고).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니가 이런 식으로 내 순정을 짓밟으면은 (인)마 그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
곽철용을 순정마초로 등극시킨 문제의 대사. 순정(純情)이라는 단어가 이미 구닥다리가 된 지금이지만, 그만큼 희소하고 임팩트 있는 어휘이기도 하다. 이성에게 고백할 기회가 왔을 때 적극 활용해보자. 복학생, 대학원생 등 연애감정이 소멸된 것 같은 사람이 써주면 효과 만점이다(이렇게 생겼으면 시도하지 마세요 짤).

"니네하고 나하고 아주 전생에 인연이 깊구나. 이 스무 장 세계 좁다. 튀지 마라."
조별 과제로 철천지원수가 된 팀원들끼리 다시 만났을 때 '이 PPT 세계 좁다' '이 캠퍼스 좁다' 등으로 변용 가능.

"묻고 더블로 가!"
고니와의 대결에서 사구파토가 나자, 판돈을 놔둔 채로 다음 판을 시작하면서 던진 대사다. 짧지만 강렬하다. 줄여서 '묻더'라고도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주식 물타기 매수나 햄버거 엑스트라 패티 주문 외에는 사용처가 마땅치 않다.

"카메라도 안 되고… 약도 안 되고…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이 방법 저 방법 모두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인 제공자를 색출할 때 쓰는 대사. 깡패 곽철용의 하드보일드한 면모가 돋보이는 서슬 퍼런 펀치라인이 인상적이다. 대사의 구성이 워낙에 차지다보니, 어떤 단어를 넣어도 입에 착착 감긴다. 물리도 안 되고 수학도 안 되고… 이 안에 문과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묻고 더블로 가!" "고니야, 담배 하나 찔러 봐." /사진 출처=CJ엔터테인먼트

"내가 달건이 생활을 열일곱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달건이 시작한 놈들이 백 명이다 치면은…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혼자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안경잽이같이 배신하는 X끼들… 다 죽였다. 고니야? 담배 하나 찔러 봐."
조금 길지만, 곽철용의 인생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핵심 대사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신의 스토리를 미화하거나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 서점가 매대를 장식한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증명한다. 하지만 곽철용은 남들 제끼고 보내며 이 자리에 왔노라고 가감 없이 밝힌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 X끼야?"
지금의 곽철용 열풍을 만든 주요 대사. '올림픽대로가 막힐 것 같다'는 부하의 발언에 쉴 틈 없이 들어오는 반박불가 카운터펀치다. 가끔씩 운전자를 먹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길을 추천하는 내비게이션에 음성인식으로 욕해주고 싶을 때 써먹을 수 있겠다(○맵에서는 AI가 '진심 아니죠?' 라고 되묻는다). 최근 한 영화 시사회에서 김응수가 해당 대사가 애드리브였음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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