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 세 가지(물, 전기, 가스)
골조 완성 후엔 내부공사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벽면에 단열재를 채워 넣는다. 이 부분이야말로 집의 냉난방효율을 평생 좌우한다. 우리 집에 사용한 단열재는 글라스울이란건데 유리를 솜처럼 만든 섬유 제품이다. 그런데 유리가루가 섞여 있다 보니 단열재가 널브러진 실내에 오래 있으면 피부가 따끔거린다. 단열재를 붙인 후 내벽 마감을 한다. 단열재 위에 나무를 덮고, 그 위에 합판으로 마감하여 벽지를 바를 준비를 마친다.
각 층의 천장 틀 사이엔 에어컨과 열회수 환기장치 배관을 설치한다. 이 두 가지 장치는 설계 단계에서 반영하지 못하면 스탠드 에어컨을 쓰거나 벽에 구멍을 뚫는 환기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환기장치는 공기 유압설정도 중요해서 마감 전에 흡배기구의 풍량 테스트도 한다. 이 모든 걸 하고 나면 물이 필요한 타일작업이 시작된다.
큰 업체에서 집을 지을 땐 딸랑 집만 지어준다. 그 집 안에 전기를 들이기 위해 전봇대를 박고, 일명 부대토목이라고 하는, 집 앞에 수도관을 깔아 연결하고, 가스를 신청하는 일은 전부 건축주가 해야 한다.
건축 중엔 임시전기면 충분해서 본 전기는 준공 전까지만 연결하면 된다. 한전에 신청하면 무료로 전봇대를 심어주는데, 시일은 꽤 걸린다(60일 정도 소요된 듯).
LPG는 공사 도중 설치해야 한다. 집 내부 바닥을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나면 일주일 정도 난방을 계속 틀어 말려야 한다. 그 후에 마루를 깔 수 있다. LPG 업체는 지역 내에서 가격 비교 후 선택하면 된다(지역별로 가격 편차는 매우 심하다). 건축주는 벌크통을 설치하는가, 일반적인 LPG 통 여러 개를 연결할 것인가를 결정하면 된다. 벌크통은 통을 매입하는 단가를 포함하여 25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 대신 가스 단가는 일반 가스통에 충전하는 비용보다 20% 정도 싸다. 일반 LPG 통의 설치비는 50 정도이며, 벌크 충전 가격보단 비싸다.
여기서 계산을 잘해봐야 한다. 평생 LPG를 쓴다면 당연히 벌크로 하는게 이득이지만, 문제는 도시가스가 언젠간 들어올지도 모르는 지역이란 것이다. 특히 내가 사는 단지는 500미터 앞까지는 도시가스가 들어온 상태라 연결은 시간문제였다. 길어도 3년 안에는 도시가스 공사를 할 것 같았다. 벌크는 통을 팔 수도 없어서 가스 충전 시 약간의 손해를 감소하고라도 일반통으로 하는게 훨씬 이득이었다. 현재 우리 집엔 3개의 LPG 통이 연결되어 있으며, 업체 쪽에서 IOT로 관리하고 있다. 가스가 일정량 이하로 떨어지면 와서 충전해 주고 가는데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문제는 수도다. 상하수도관을 연결하기 위해선 지역 수도사무소에 방문해서 서류를 제출하고, 급수 공사비를 납부해야 한다. 비용은 140만 원 정도이다. 문제는 수도공사 시 땅을 파고 해야하는거라 11월부터 2월까지는 공사 중지 기간이 있었다. 이걸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2월 말 물이 필요한 공사를 시작할 때엔 공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빠르게 처리한다고 했지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려 3월 초부터 공사가 재개되었다.
외벽 공사는 마감재까지 끝났기에 수도가 들어오고 동시에 부대토목도 실시하였다. 부대토목도 건축주가 별도로 수배해 실시한다. 아무래도 부지를 공사한 업체가 부대토목을 하는게 가장 좋기에 해당 업체에 의뢰했다. 부대토목은 말 그대로 마당을 공사하는 것이다. 배수관을 묻어서 물고임이 없도록 해야 하고, 잔디와 판석을 구분하여 깐다. 담장을 쳐서 외부와의 경계를 두고 안전도 확보한다. 우리 집 땅 모양이 사각형이 아니라 사다리꼴이다 보니 분리형 정원을 택했다. 상상하는 모습을 그림판으로 대충 그려 토목공사업체에 넘겼고 원하는 대로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
3월부터 공사가 다시 시작 되었지만, 애초 우리의 이사 목표였던 4월 16일까지 완공되긴 어려워 보였다. 땅을 살 때만 하더라도 '이정도 시간이면 충분하겠지' 했던게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포장이사였던 것을 보관이사로 바꾸고 에어비앤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4월 전세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