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서울을 떠난다

13. 눈 딱 감고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

by 씨티훈

첫 삽을 뜬 후부턴 일사천리였다. 기초 공사를 할 때 콘크리트를 붓는데, 이때 굳히는 시간이 길었을 뿐 그 후엔 이렇게 빨리 올라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목조의 골조 건축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점심시간에 짬 내서 가보면 1층이 올라가 있고, 다음날 가보면 2층 만들기 준비 중이었다. 기초가 끝나고 골조와 외벽이 완성되는 시간은 열흘이면 충분했다. 이때가 가장 신났다. 매일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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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문제에 부딪혔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다. 자료를 받고 나서 내가 따로 검토하지 않아도 '이 사람은 틀리지 않았겠거니'라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믿지 못해 꼭 한번 더 보게 하는 사람이 있다(그런 사람은 항상 틀린걸 발견하는게 더 큰 문제다). 전자와 후자 모두 쌓이고 쌓인 데이터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데, 단 한 번이라도 매우 기본적인 부분이 틀린걸 발견하게 되면 이후 그 사람의 자료에 대한 신뢰는 사라진다.


집 짓기도 그렇다. 매일 점심에 가보는 이유는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방문했다가 도면과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면, 이후엔 도면을 들고 가서 제대로 시공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검사하게 된다. 서로 피곤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믿고 맡기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얼마나 피곤한가.


시작은 창문의 크기였다. 외관을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는데 창문의 크기가 이상했다. 2층의 모든 창은 윗줄은 같은 선상에 놓여있지만 아래는 다 다르다. 아이방은 2층 침대 제작을 생각하며 거기에 맞게 창문 크기를 정했고, 서재방은 일반적인 높이, 가족실은 윈도우 시트 때문에 열리지 않는 통창을 택했다. 그런데 모든 창의 높이가 동일했다. 이걸 어째야 하나 고민했다. 창호도 이미 제작을 시작했고, 외벽도 다시 부수고 지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가장 큰 우려는, 이런걸 말하면 억한 심정에 소장이 대충 지어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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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딱 감고 소장에게 말했다. 창문 크기가 잘못되어 있다고. 소장은 당황했다. 최종 수정 도면이 아닌, 그 이전 도면을 봤다고 했다. 우리에게 '이미 창호 제작에 들어갔는데 그냥 이대로 가면 안 되겠냐'라고 물었다. 짐작해 보건대 이렇게 소장 실수로 수정할 땐 거기에 드는 비용을 소장이 떠 앉는 거 같았다. 못해도 백만 원 돈의 손해였을 거다. 그런데 아이방의 침대와 윈도우시트는 내 로망이자 이미 제작 중이라 도면대로 해달라고 말했다. 이 말 한마디 한게 얼마나 잘한 거였는지 모른다. 주변에 집 짓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장한테 할 수 있는 말인데 내가 고민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고민하다 그냥 진행하고 나중에 평생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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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여곡절의 시간을 보내며 집의 골조는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발생했다. 내부 공사할 땐 물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집엔 상수도관이 깔리지 않았다. 공사가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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